대학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총장 면담에 김 장관이 매달리는 것은 체면도, 원칙도 저버린 일이거니와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을 더욱 훼손하는 행위다. 교육부 장관의 언행에 품격이 요구되는 것은 교육의 수장(首長)으로서 청소년들이 지켜보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이 총장들을 만난 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들이 장관 말을 듣고 입시안을 바꾸게 되면 이미 공표한 입시안을 뒤집는 데 따른 ‘혼선’이 빚어지고, 대학들의 권위와 명예도 떨어질 것이다. 대학들이 거부하면 장관 위신이 떨어진다. 이런 부담이 있는데도 김 장관이 나서는 것은 교육부 장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내신 위주의 입시’로 대표되는 정권의 평등주의 교육이념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은 지난해 “자립형 사립고를 20개 정도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가 올해 들어 “자사고로 전환할 수 있는 학교가 두세 곳밖에 되지 않아 확대가 어렵다”고 말을 뒤집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거론한 직후다. 입시정책, 사립학교법, 자사고 등 모든 교육정책이 결국 전교조 주장으로 수렴되는 양상이기도 하다.
전교조는 어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계기수업을 시작했다. 이런 ‘수업 아닌 수업’을 학생들이 왜 강제로 받아야 하는지, ‘교육을 빙자한 횡포’가 따로 없다. 대통령 교육비서관 파트도 전교조 인맥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정권과 전교조의 교육 코드는 민주와 평등을 내세운 반(反)자율이다. 그 속에서 교육경쟁력 향상을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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