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이날은 각급 학교의 개학 및 입학일이어서 출근길과 등굣길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린 출근시간대(오전 7∼9시)에 극심한 ‘출근대란’이 벌어졌고 이 같은 혼란은 퇴근시간대에도 반복됐다.
화물물류 수송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해 우려하던 ‘물류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불법 파업 지도부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를 밝혔다. 또 철도공사는 이날 오후 3시를 최종 업무복귀 시한으로 노조 측에 통보했으나 오후 10시 현재 복귀율이 21.4%에 그쳐 시민들의 불편은 3일은 물론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이 무슨 죄가 있다고”=철도공사가 대체 기관사를 투입하고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 1∼4호선)가 차량을 증편 운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하철 1호선의 경우 평소 3분 안팎이던 퇴근시간대 운행 간격이 40분 이상 늦춰져 시민들의 귀가시간이 평소에 비해 2∼3시간씩 더 걸렸다.
또 전동차 배차 간격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 서울역과 신도림역 등 주요 환승역에서는 출퇴근길에 시민과 학생들이 몰리면서 대형사고의 발생 우려도 높아 보였다.
이날 저녁 1, 4호선 환승역인 서울역에서는 인천행 전동차가 역내로 들어오자 승강장에 발디딜 틈 없이 서 있던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내리고 타는 승객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환승역 등 승객이 많은 지하철역에서는 수십 분씩 기다려도 전동차가 이미 앞 역에서 승객이 가득 찬 상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일부만 전동차에 오르는 상황이 반복됐다.
오전 출근길에도 평상시 2분 30초에서 6분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던 1호선의 운행 간격이 때때로 최대 30∼40분으로 벌어져 승객들이 승강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전철 배차 간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택시와 시내버스 등을 이용하면서 시내 교통도 큰 혼잡을 빚었고 고속버스터미널과 김포공항은 많은 승객으로 붐볐다.
철도공사 노조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도 가시화돼 부산역에서는 평소 하루 144편씩 운행되던 화물열차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2편만 운행되면서 화물 수송에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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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는 협상 결렬 이후 파업 가담자에게 최종 명령인 업무복귀 3호를 발령했다. 철도공사는 명령을 어기고 파업에 동참한 직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는 물론 직위해제 파면 등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노조는 경찰 투입설이 전해진 이날 오전 지역별 거점 농성에서 ‘산개(散開) 투쟁’으로 전환하며 파업 장기화에 대비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차량기지와 부산 동아대 등 전국 5곳에서 농성을 벌여 온 조합원들은 10여 명씩 조를 이뤄 농성장에서 빠져나와 제3의 집결 장소 및 사업장으로 향했다.
철도공사 노조 조연호 선전국장은 “정부의 직권중재와 사측의 강경대응 방침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며 “파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측도 “노조 측이 사측이 제안한 진전된 대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있어 노조의 불법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단호한 검경=검찰은 불법 파업을 강행한 철도공사 노조의 지도부는 물론 폭력 시위에 가담한 노조원들도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검찰은 불법 파업에 외부 세력의 개입 여부도 수사하기로 했다.
신종대(辛鍾大)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은 2일 “파업 주동자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찰이 검거에 나섰다”며 “업무에 복귀하는 노조원이나 정상업무 중인 직원을 폭행하는 등 폭력 시위에 가담한 노조원들도 형사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노조 지도부 등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파업의 배후가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전철 운행상황 (서울메트로 포함) | |||
3월 2일 오후 8시 기준 | 열차운행(량) | 운행률(%) | |
노선 | 평상시 | 실제운행 | 53.2 |
계 | 1673 | 890 | |
경부선(구로∼천안) | 309 | 149 | 48.2 |
경인선(인천∼구로) | 474 | 186 | 39.2 |
안산선(선바위∼오이도) | 241 | 169 | 70.1 |
일산선(대화∼지축) | 228 | 201 | 88.2 |
분당선(선릉∼보정) | 298 | 119 | 39.9 |
중앙선(용산∼덕소) | 123 | 66 | 53.7 |
자료: 한국철도공사 |
사회부 종합
■ 철도 노사 대립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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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8시간 동안 계속돼 한 가닥 기대를 모았던 철도노조 파업 후 첫 노사 협상은 견해차로 결렬됐다. 하지만 노사 양측 모두 파업 돌입 직전에 고수했던 종전 입장에서 다소 물러나 타결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막판까지 쟁점이 돼 온 사항은 △철도 공공성 강화와 인력 증원 △해고자 복직 △KTX 여승무원 지위문제.
해고자 복직 문제는 이번 협상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노조 측은 1994∼2003년에 해고된 67명 전원을 복직시켜 달라고 주장했으며 사측은 사규를 들어 11명만 복직시킬 수 있다고 맞섰다.
결국 파업으로 치닫자 사측은 한발 물러서 6명을 추가 복직시킬 수 있다고 양보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조의 거부로 결렬됐다. 노조는 사측이 ‘적정한 인원’을 제시하면 수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X 여승무원의 지위에 대해선 노조 측은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화를, 사측은 철도공사의 계열사인 한국철도유통 소속 정규직화를 제안하며 맞섰다.
막판에 노조 측은 공사에서 여승무원을 직접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안을 내놓았고 사측도 양측에서 3명씩 추천한 위원들로 시민사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안을 내놓았으나 협상에는 실패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산업계 물류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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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이틀째인 2일 화물열차 운행률이 평소의 18%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물류 동맥경화증’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철도 수송 의존율이 높은 시멘트, 석탄, 원유 등 원자재 관련 업체와 타이어와 가전업체 등은 납기 지연 등을 우려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수송 물량의 약 20%를 철도에 의존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는 이미 수송 차질이 시작됐다.
시멘트 생산업체가 몰려 있는 충북 단양과 제천 지역은 이 지역 철도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가해 화물열차 운행이 하루 98회에서 14회로 뚝 떨어졌다.
시멘트 업체들도 철도 수송 물량을 트럭 등 육로수송으로 긴급대체하고 있지만 단위당 수송 물량이 철도에 비해 30∼40% 수준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도가 수송 물량의 13%를 책임지고 있는 컨테이너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수도권과 부산항, 광양항을 잇는 컨테이너 열차 운행이 1일 42회에서 22회로 절반 정도로 줄어 1000TEU(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지 못하고 있다.
컨테이너는 부피가 큰 타이어나 가전제품 등의 주요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타이어의 경우 수출 물량의 30%를 컨테이너에 의존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업계를 더욱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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