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시내 대학들이 도열한 신입생 앞에서 총장이 축사를 하고 신입생 대표가 답사를 하는 예전 입학식의 엄숙한 분위기를 확 바꿔 눈길을 끌었다.
이날 총장과 학생 대표가 손을 잡고 입학식장에 들어오는가 하면 교수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신입생에게 건네주는 이색적인 축제 형식의 입학식이 열렸다.
덕성여대는 이날 오후 1시 ‘점프 업(Jump Up) 사랑의 입학식’이란 행사를 가졌다. 신입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사랑과 봉사의 가치를 실현하길 바란다는 소망이 입학식에 담겼다.
덕성여대 신입생들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담은 쪽지를 타임캡슐에 담았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 타입캡슐을 열어 보게 된다.
타임캡슐에 ‘아트디렉터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은 디자인학부 국보현(19) 씨는 “4년 뒤 타입캡슐을 열면서 부끄럽지 않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덕성여대는 입학식장에서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사랑의 헌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성대는 각 학과 학과장이 학교에서 마련한 학습 노트에 용기와 격려의 메시지를 적어 신입생에게 나눠 주는 ‘한성 학연식(學緣式)-학습노트 행사’를 열었다.
“힘들고 지칠 때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등 인생의 선배이자 학문의 동반자로서 힘이 될 수 있도록 다짐하겠다.”
이들 노트의 첫 장에 적힌 학과장들의 다짐 가운데 하나였다.
이날 입학식에서는 최고령 입학생 김형구(70·행정학과) 씨가 학생대표로 이 대학 윤경로(尹慶老) 총장과 함께 입장했다. 또 각 학과 학과장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발된 학생 대표가 손을 잡고 입학식장에 들어섰다.
한국외국어대 사범대 교수 20여 명은 입학식이 끝난 뒤 교수식당에서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사범대 신입생들에게 나눠 줬다.
영어교육과에 입학한 윤서균(19) 씨는 “대학은 개인주의 문화가 팽배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입학 첫날 교수님이 만든 주먹밥을 먹으니 벌써 한 가족인 된 듯하다”고 말했다.
사범대 김신영(金信瑛) 학장은 “신입생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준 것은 어미새가 새끼새에게 먹이를 주듯 신입생을 기르겠다는 의미”라며 “교수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입학식을 가진 성균관대에서는 선배들이 입학식 참가자 3200여 명에게 학교 배지를 달아 주고, 신입생은 자신의 포부를 녹음해 타임캡슐에 담는 ‘사이버 타임캡슐 저장 행사’가 벌어졌다.
덕성여대 김경희(金炅姬) 학생처장은 “최근 대학이 ‘참여형 입학식’을 통해 신입생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다짐하는 축제 마당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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