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모(16·고교 2년) 양은 1월 중순 채팅을 하다 알게 된 이모(25) 씨가 영화를 보여 주겠다고 해 부산 북구 구포동 약속 장소에 나갔다.
이 씨는 “모텔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송 양을 인근 모텔로 유인한 뒤 조직폭력배라며 겁을 주고 성폭행을 했다.
다음 날 낮 송 양은 임신을 할까 봐 혼자서 고민하다 친구들에게서 들은 ‘사후 피임약’을 사기 위해 집 근처 약국을 찾았다. 그러나 약국 종업원 박모(28) 씨는 “피임약 사용법을 알려 주겠다”며 송 양을 조제실로 끌고 가 성추행을 했다.
그 후 송 양은 답답한 마음에 채팅으로 이야기할 상대를 찾다 김모(25·오락실 종업원) 씨를 알게 됐다. 송 양은 몇 차례 채팅을 통해 따뜻한 모습을 보여 줬던 김 씨를 믿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놨다.
송 양은 2월 10일 오전 4시경 직접 만나 상담도 하고 위로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김 씨를 만났다. 오빠처럼 여기고 김 씨가 주는 대로 술을 마셨고 결국 정신을 잃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경 깨어 보니 성폭행을 당한 데다 돈과 휴대전화 등 56만 원 상당의 금품까지 없어졌다.
배신감을 느낀 송 양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곧바로 택시를 탔고 경찰서에 가는 이유를 물어 보는 운전사 정모(35) 씨에게 울면서 사실을 말했다. 정 씨는 위로해 주는 척하다 송 양이 잠들자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송 양을 성폭행했다.
한편 송 양과 평소 알고 지내던 최모(24) 씨는 송 양이 약국 종업원 박 씨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알고 박 씨를 찾아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20만 원을 갈취했다.
송 양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남자들이 짐승 같고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2일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택시 운전사 정 씨와 오락실 종업원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 씨는 수배했다. 최 씨도 공갈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약국 종업원 박 씨는 송 양 측과 합의하고 송 양이 고소를 취하해 풀려났다.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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