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토요휴업일을 알차게 보내고 다시 색다른 토요일을 고대하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이들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과 생기 있는 파란 토요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 엄마와 함께 요리 속으로
“송편 반죽을 미리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두고 아이들이 심심해할 때마다 꺼내 송편을 만들어 보게 하세요.”
지난해 딸 은빈이(8)의 학급에서 토요휴업일 ‘요리 동아리’ 명예교사로 활동했던 맹소연(36·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씨.
분당초교는 지난해부터 토요휴업일에 요리 미술 등 각종 동아리 활동을 학부모가 직접 지도하게 했다. 요리뿐 아니라 재료의 특성이나 주의할 점 등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다 보면 2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함께 요리지도를 했던 김성숙(40) 씨도 “아이들이 요리시간에 무섭게 집중할 뿐 아니라 다음 메뉴를 제안하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고학년은 토요휴업일에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면 된다지만 저학년은 고민스럽다”면서 “학교에서 학부모를 명예강사로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아빠가 나서니 토요일이 즐겁다
아이들 교육에 별 관심이 없던 아빠 이성주(45·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씨가 토요휴업일에 아들 상혁(8)이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아이가 유난히 형을 찾았기 때문.
“마침 이웃에 사는 동창 녀석한테 열두 살 난 아들이 있어 넷이서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만남은 동네 공원에서 축구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축구 회동은 10분도 안 돼 아이들을 금방 형 동생 하는 사이로 만들었다. 동창 집은 엄마가 토요일에도 근무를 해 아빠와 아이 단둘이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쉬는 토요일만 되면 뭉쳐 다녔고 자동차 로봇 같은 남자 전용(?) 전시회는 이들의 단골 방문지였다.
이 씨의 아내는 “소극적이고 집에만 있기 좋아하던 아들이 많이 활달해졌다”며 “아빠들이 조금 신경 써 주면 아이들의 토요휴업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절감했다”고 전했다.
# 친구들과 도서관으로 세계여행
“우리 첫 여행지로 독일은 어떨까. 독일이란 나라 알아?”
“네, 알아요. 월드컵을 거기서 하잖아요.”
4일 오후 주부 박미영(41·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외아들 강민(9), 아들 친구 경태(9), 현성이(9)와 함께 여행지를 고르는 데 열중했다.
“올 한 해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세계 여행 좀 해 보려고 사전 준비차 모였어요. 배낭 메고 떠나는 여행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재미있어 합니다.”
박 씨가 아들과 같이 예비 논술수업을 듣는 친구 엄마들과 동네에 있는 도서관 나들이를 시작한 건 겨울방학 초. 논술수업 준비 때문에 갔었지만 근처 공원에서 운동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어울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개학을 해서 평일에는 못 가잖아요. 그래서 당번 엄마를 정해 쉬는 토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로 했어요.”
‘세계여행’이란 주제를 가지고 도서관 나들이를 하자고 제안한 건 박 씨. 책장수 아저씨의 맛보기 세계여행 강의를 주의 깊게 듣던 아이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박 씨는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는 가정이라면 올해 ‘우리 집 토요휴업일 테마’를 정하는 일부터 계획해 보라”고 권했다.
박완정 사외기자 tyr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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