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2월 서울 시내 노숙인 242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일자리 제공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자활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설문에 응한 거리노숙인 687명 가운데 41.6%가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첫손에 꼽았고, 쉼터노숙인 1739명 중 23.9%가 취업 알선을 희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전례가 없는 ‘노숙인 일자리 갖기’ 실험이 ‘사회 복귀’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려면 여러 가지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 추진과 부적응자 배려=정원오(鄭原旿·사회복지학) 성공회대 교수는 “의미 있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단기로 끝날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속적인 일자리 제공이 중요하나 향후 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일자리 제공 사업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 소장 임영인(林永寅) 신부는 “그동안 노숙인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가뭄에 비가 온 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할 기회가 주어져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포기하지 말고 자활로 이끄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손명애(孫明愛)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간사는 “‘나도 일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대상에서 탈락되거나, 현장에서 노숙인을 대하는 부정적 태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을 경우 자활의지가 꺾일 수 있다”며 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이와 관련해 6일 노숙인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현장에 나가면 냉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오기를 부려 그만두면 다시 똑같은 생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오기 부리지 말고 참아야 새 출발 할 수 있다”고 인내를 강조했다.
▽주거 지원과 쉼터 개선=전문가들은 일자리만 창출된다고 해서 노숙인 자활문제가 절로 해결되진 않는다고 지적한다.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이 뿌리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제대로 쉴 수 있는’ 주거 공간 지원이라는 설명이다.
이태진(李台眞)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숙인을 위한 쉼터 중에는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다”며 “노숙인 특성에 맞게 주거 지원 사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인 문제를 현장에서 부딪혀 온 임 신부는 실질적인 개인 주거 공간 마련을 강조했다.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필요한데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것. 임 신부는 “과도기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유료 쉼터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쉼터의 단체생활이 오히려 자활과 독립을 저해해 수동적인 노숙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서울시도 일자리 제공과 주거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노숙인에 한해 시 산하 SH공사가 관리하는 다가구 임대주택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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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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