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대공원 ‘동물 중심 동물원’으로

  • 입력 2006년 3월 9일 02시 59분


서울대공원은 지난주 돌밭이었던 동물 우리에 부드러운 마사토를 깔았다. 몸집이 큰 코끼리가 흙더미 속에서 뒹굴며 재롱을 부리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은 지난주 돌밭이었던 동물 우리에 부드러운 마사토를 깔았다. 몸집이 큰 코끼리가 흙더미 속에서 뒹굴며 재롱을 부리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공원
8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침팬지 한 마리가 바위에 난 구멍 안으로 긴 막대기를 밀어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막대기를 맛있게 빨아먹었다. 막대기에 붙어 있는 개미를 간식으로 먹고 있었던 것이다. 침팬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침팬지 사(舍·거처를 의미)가 달라졌다. 바위뿐 아니라 매달려 놀 수 있는 밧줄도 달았다. 실내에만 머물지 않도록 실외 우리 바닥에 온돌을 깔았다.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를 걷어 내고 잔디를 심었다. 침팬지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서울대공원이 ‘동물을 위한 동물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동물원 식구들의 야생성을 되살리고 있다.

▽여기는 ‘노(no) 스트레스’ 공간=이날 찾은 서울대공원은 동물 우리 곳곳이 리모델링돼 있었다. 단조로운 동물원 환경을 각각의 동물에 맞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원숭이나 고릴라 등 유인원 사는 전체를 감싸는 촘촘한 철망이나 정해진 지점에서만 볼 수 있는 관람창이 설치됐다. 관람객이 울타리 너머로 먹을 것을 던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대공원은 밖에서만 안이 보이는 유리창을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큰뿔소, 코뿔소 등은 바닥에 머리를 박고 흙을 헤치고 있었다. 우리 바닥에 부드러운 마사토를 깔아 준 덕분이다. 과거에는 이들 우리의 바닥을 돌로 만들어 일부는 발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대공원 측은 최근 15t 트럭 750대 분량의 마사토를 우리에 뿌려 줬다. 그 덕분에 거대한 몸집의 아시아 코끼리가 흙이 수북이 쌓인 곳에서 뒹굴며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내 안의 야생성을 찾아서=사육사가 족제빗과인 밍크에게 아크릴 수조에 물을 담고 미꾸라지를 넣어 줬다. 밍크는 수조를 헤집더니 미꾸라지를 모두 잡아 밖에 꺼내 놓았다. 사육사는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밍크 특유의 행동을 보인다며 놀라워했다.

동물원은 과거 동물에게 좁고 답답한 공간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주는 탓에 야생동물은 애완동물처럼 변했다. 야생성을 잃어버렸다. 밍크를 미꾸라지와 놀게 하는 것도 야생동물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기 위한 ‘야생성 복원 프로젝트’의 하나다.

얼굴 주위에 흰 털이 난 사바나 원숭이는 3m 높이까지 쇠그물 사다리를 타고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그네, 타이어, 로프 등을 달아 주면서 움직임이 많아졌다는 게 대공원 측의 얘기다. 먹이를 주는 방식도 매주 바뀐다. 이번 주는 우유 상자 속에 감춰진 먹이 찾기, 다음 주는 나무 구조물을 따라 뿌려 놓은 너트메그(상록수 열매)를 주워 먹게 하는 식이다.

게으른 불곰에게 놀 수 있는 나무 기둥을 세워 주고 희귀종인 레서판다에게 작은 대나무숲을 꾸며 주는 등 현재 서울대공원에는 100여 가지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공원 리뉴얼사업추진반 배진선(裵珍善) 수의사는 “현장 사육사들이 2주에 한 번씩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리모델링과 야생성 복원 프로젝트 등은 서울대공원을 생태동물원으로 바꾸는 장기 비전의 하나”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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