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그림자 짓밟는 학부모들…교총, 교권침해 사례 발표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5분


지난해 6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한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다 복도에 음악교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뒤쫓아 나가 다짜고짜 음악교사의 뺨을 한 차례 때렸다. 3학년 딸이 “음악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싫다”고 말한 것이 폭행의 이유였다.

조사 결과 해당 음악교사가 아이들에게 가혹한 체벌을 하는 등 문제될 만한 일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당한 이유 없이 졸지에 뺨을 맞은 여교사는 학부모에게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했다.

폭언 폭행 협박 등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12일 발표한 ‘2005년도 교권 침해사건 및 교직 상담 처리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178건으로 2004년 191건에 비해 감소했지만 폭언 폭행 협박 등 학부모의 부당행위는 40건에서 52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교사들에 대한 교권 침해의 42.4%가 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는 폭언 협박 폭행 외에 담임 교체 요구, 무고(誣告)성 진정서 제출, 고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서 있는 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담임교사 자격 박탈’ 조치를 요구했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 아빠가 검찰에 있다 최근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만약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해당 교사와 학부모를 협박하기도 했다.

교총 한재갑(韓載甲) 대변인은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 수요자의 권리가 커지면서 교원의 전문적 판단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기 자식만 챙기면서 교권 침해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총은 교권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7억6900만 원 규모의 교권옹호기금을 확충해 변호사 선임 및 소송비 지원을 확대하고 교권 침해 구제뿐 아니라 예방 활동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