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학교 근처에 출몰해 바바리코트를 활짝 벗어 제쳐 자신의 나체를 보여주고 달아나는 일명 바바리맨은 영화나 개그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성범죄자의 대표적인 존재다.
그런데 이 동네의 신종 바바리맨은 윗도리만 입은 채 짙은 코팅을 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여자아이들은 물론 성인여성까지 가리지 않고 길을 묻는 것처럼 불러 세운 뒤 차창 문을 다 내리고는 아랫도리를 보여준 다음 피해자가 기겁을 하는 표정을 즐기면서 유유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씨는 "여자아이 엄마들 대부분이 같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남자아이들은 혼자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엄마나 보호자들이 데리고 다닌다"고 전했다.
경철청에서는 최근 전국 경찰서와 관공서에 자녀들의 성범죄 피해를 조기에 감지하고 예방하도록 알려주는 내용을 담은 '아동 성범죄 예방 팸플릿' 3만장을 배포했다.
어린이 대상 성폭력 문제는 최근 두드러진 것 같지만 사실 어린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특히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오는 맞벌이 엄마의 마음은 예전부터 늘 불안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퇴직한 이모(45·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씨는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를 일하는 아줌마에게 맡기다보니 항상 딸아이 신변이 불안해 성교육 만화책을 사주며 누구도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교육시켰다"며 "한번은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아이를 뒤에서 끌어안아줬다는 얘기를 듣고 항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예전에는 나이든 분들이 남의 아이를 예뻐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런 게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여자아이뿐 아이라 어린 남자아이를 둔 부모도 이런 문제에 예민해지는 세상이다.
주부 배모(38·경기 군포시 산본동) 씨는 "아들 아이(초등학교 2학년)에게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귀엽다며 만지려 들면 꺼림칙한 생각이 든다"며 "흉흉한 얘기를 많이 접하다보니 남자아이한테 하는 행동도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적한 동네에 사는 주부들은 더욱 신경이 쓰인다.
지난 가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한 주부 서모(33·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씨는 "인적이 적은 곳이다 보니 초등학생인 딸아이 둘을 학교며 학원에 항상 차로 태워 주느라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TV 뉴스시간에 어린이 성폭력사건이 보도될 때 딸들도 함께 보게 해야 할지 그것도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때에 예민해진 부모들이 별일 없는지 아이에게 물어서 확인하려 들기 쉬운데 말로 묻기보다는 눈귀를 열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아이의 행동에 뭔가 변화가 나타났는지 눈 여겨 보고 아이가 하는 말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평소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고 문제가 없으면 부모에게도 솔직하게 얘기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피해를 입은 것이 분명한데도 말을 안 하는 것은 △평소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이미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경우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뉴스 보도에 끔찍한 내용도 있지만 뉴스를 자녀와 함께 접하면서 성폭력이 어떤 것인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저런 일도 일을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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