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환자 구술 유언장 무효…大法 후처상속 원심 파기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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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위독한 환자에게 변호사가 유언장의 내용을 읽어 준 뒤 “음…”, “어…” 등의 답변을 들었다면 유언의 효력이 인정될까.

대법원은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高鉉哲 대법관)는 정모(31·여) 씨 등 2명이 “할아버지가 후처(後妻)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한 구수증서 유언은 무효”라며 유언집행자 나모(49)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9일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구수증서(口授證書) 유언이란 유언자가 질병 등의 이유로 직접 유언장을 쓸 수 없을 때 2명 이상의 증인에게 유언을 구술하고 이를 받아 적은 증인이 낭독해 유언자의 서명이나 날인을 받는 방식의 유언이다.

재판부는 “망인(亡人)은 지병과 고령으로 큰며느리를 몰라볼 정도였고 이 사건 유언 당시에도 ‘음’ ‘어’ 정도의 말을 할 수 있었을 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후처를 제외한 다른 유족을 상속에서 배제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 유언자인 숨진 정모(할아버지) 씨는 이혼한 본처 사이에 아들 1명과 후처 사이에 2남 2녀를 두었다. 유언 당시 유언장 작성을 위해 변호사를 병실로 부른 건 정 씨의 후처였다. 또 정 씨를 간호하던 정 씨의 큰며느리(본처 아들의 부인)는 병실을 잠시 비운 상태였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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