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오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수지스’ 레스토랑. 좌석 60여 개가 이미 꽉 찼고 대기실은 20, 30대 여성들로 북적였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이곳을 찾는다는 조모(26·여·공무원) 씨는 ‘브런치(brunch) 마니아’다. 브런치는 아침 식사(breakfast)와 점심 식사(lunch)의 합성어로 ‘아침 겸 점심 식사’란 뜻이다.》
조 씨는 크림과 연어를 넣은 베이글 빵 하나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는 중학교 때 3년간 영국 런던에서 지내면서 브런치 문화를 접했다.
조 씨는 “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짓느라 피곤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 않다”며 “잠을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를 즐기며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2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주말이면 브런치 메뉴를 내놓는 이태원동과 서울 강남지역의 레스토랑에 젊은 직장 여성들이 몰리고 있다.
젊은 직장 여성들이 오전 11시∼오후 2시경 친구들과 빵, 샐러드, 파스타, 푸딩 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이 시간대에는 남자들이나 가족 단위 손님들이 브런치 식당을 피할 정도다.
브런치 레스토랑은 평일 오전에도 브런치 메뉴를 내놓거나 서울 강북 및 경기 지역으로 진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텔 미 어바웃 잇’ 레스토랑 매니저 최은경(30·여) 씨는 “전체 매출액 가운데 브런치 메뉴의 비율이 40%를 넘는다”며 “브런치 메뉴 고객의 90% 이상은 20, 30대 전문직 여성”이라고 말했다.
브런치 레스토랑을 찾는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에서 브런치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김향희(27·여·광고대행사 근무) 씨는 지난해 10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말 브런치 즐기기’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는 2003년 뉴욕에서 맛본 브런치 문화를 잊지 못한다. 김 씨는 “동호회 회원들은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유명한 브런치 레스토랑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도 브런치 열풍의 한 요인. 이 시트콤에선 전문직 여성들이 늦은 아침 카페에서 수다를 즐긴다. 김 씨도 이 시트콤의 열성 팬이다.
서용구(徐鏞求)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브런치는 밥만 먹고 일어서는 우리 음식문화와 달리 대화와 여유를 즐기는 여성의 감수성과 딱 맞아떨어지는 문화”라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문화 향유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브런치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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