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무시하고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 지도자를 끌고 간데 PFLP 측이 외국인 납치로 맞서면서 용 기자가 피랍됐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보안부대의 아베드 사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PFLP 지도자 아흐메드 사다트의 신병을 인수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외국인들을 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장단체들이 자신들의 뜻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외국인들을 납치했다는 얘기다.
결국 PFLP 측이 납치한 사람들을 불과 하루 만에 모두 풀어준 것은 이스라엘의 부당성과 함께 자신들의 의사를 충분히 부각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선거 전략?=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스라엘이 사다트 신병을 인수하기 위해 예리코 교도소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7일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다트의 석방 가능성을 언급한 지 일주일 만에 교도소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2001년 10월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방장관을 암살한 범죄자의 응징"이라고 공격 이유를 밝혔다.
그 이면에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카디마당이 28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보수 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치세력들은 보수 세력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전략을 종종 구사해 왔다.
뇌중풍(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아리엘 샤론 총리도 2000년 9월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팔레스타인들의 '제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무장봉기)'를 유발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샤론 총리가 이끌던 리쿠드당은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팔레스타인 온건파 입지 약화=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마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 대화보다는 '대립의 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을 주장해 온 아바스 수반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이스라엘이 그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력 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것이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측 평화협상 대표를 맡아 온 사이브 에레카트는 "아바스 수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내 온건파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총선이 끝날 때까지 힘으로 팔레스타인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끼리 분열을 조장해 하마스를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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