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잇달아 가동중단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14일 대전 유성구 금고동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센터. 정문에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3000여 평의 부지에 자리 잡은 센터 곳곳에 썩은 물이 고여 있었다. 파쇄기와 저장탱크는 녹이 슨 채 방치돼 있었다. 부서진 냉장고와 침대 매트리스를 여기 저기 쌓아 놓아 폐기물 하치장처럼 보였다. 》

유성구는 매일 음식물쓰레기 10t을 재활용해 비료를 만들기 위해 2002년 1월 이 센터를 건립했다. 건립비용은 25억 원.

유성구는 악취가 나지 않는 친환경시설이라고 홍보했지만 초기부터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또 기계가 자주 고장 났다.

이곳에서 생산한 비료를 농가에 공급했더니 농작물이 죽어버리기까지 했다. 유성구는 지난해 1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민간업체에 맡겨 처리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시설 만들어=전국 지방자치단체는 1997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그해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조항을 폐기물관리법에 명시하고 200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였다.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은 공공과 민간시설을 합쳐 256곳.

정부가 1200억 원을 지원했는데 지자체가 타당성 검토 및 사전 준비에 소홀해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음식물쓰레기에 염분 함량이 높은데도 저감장치를 갖추지 않아 기계가 쉽게 부식됐다. 여기서 만든 퇴비와 사료는 품질이 낮아 농가에서 받기를 꺼렸다.

이 때문에 2001년 이후 공공시설 16곳이 문을 닫았다. 설계용량 대비 평균 가동률은 64.6%. 악취가 심해 폐쇄될 시설이 늘어날 전망이다.

유성구 주민 손모(53) 씨는 “시가 세금을 걷어 지은 시설이 고철덩어리로 방치돼 어처구니가 없다”며 “부실시공 여부를 조사해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뒷북=경기 광명시가 지난해 8월 59억 원을 들여 광명동 1400여 평에 만든 시설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 기준치를 웃돌고, 음식물 부유물이 분해되지 않았다. 광명시 역시 음식물쓰레기를 민간시설에 맡겨 처리하기로 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광명경실련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고 예산 환수를 위한 주민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시설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정상가동이 어려운 시설은 폐쇄하기로 했다. 또 설치기준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생산된 비료와 퇴비의 수요가 확실한 경우에만 건립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하루 5t 이상 처리능력을 갖춘 시설에는 폐기물처리산업기사와 수질환경기사를 1명 이상 배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인하대 배재호(裵在鎬·환경토목공학부) 교수는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빼고 건조시켜 무게만 줄이는 수준의 시설이 너무 많다”며 “친환경적인 기술을 개발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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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생물로 분해… 악취 발생 없어

■ 외국의 친환경 처리 기술

한국은 1997년 이전에는 가정이나 식당의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했다.

유럽은 음식물쓰레기를 땅에 묻을 경우 생기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해 1990년대 초반부터 매립을 금지한 뒤 친환경적인 처리기술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국제물협회(IWA·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가 지난해 발간한 ‘고형 폐기물의 혐기성(嫌氣性)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밀폐된 공간에서 미생물에 의해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하는 혐기성 소화(消化)시설을 보급하고 있다.

분해 과정에서 생긴 메탄가스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사용할 수 있고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은 가정에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를 설치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메탄가스를 만든다. 독일은 재활용 퇴비의 등급을 나눠 용도를 정한다.

국내에서는 혐기성 소화시설이 2004년 10월 처음으로 들어섰다. 경기 파주시가 민자 104억 원을 유치해 만든 이 시설에서는 축산분뇨(60t)와 음식물(20t)을 섞어 하루에 퇴비 5t을 만든다.

나머지는 저장탱크에서 발효시켜 발생한 메탄가스를 태우는 방식으로 하루에 450kW의 전기를 생산해 처리시설 가동에 활용한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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