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한여름 땡볕 고통스러우셨죠?”…한강 둔치 숲을 입는다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나무 그늘이 별로 없던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왼쪽)이 올해 하반기면 제법 숲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나무 그늘이 별로 없던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왼쪽)이 올해 하반기면 제법 숲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촌, 광나루, 양화, 망원 등 한강시민공원 둔치에서는 겨우내 얼었다가 녹은 땅을 파내고 나무를 심는 작업이 한창이다.

3일 나무심기가 시작된 후로 2100그루를 넘게 심었다. 다음 달 1일에는 시민 50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1만1950그루의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행사가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홍수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원래 있던 나무들을 대부분 베어 낸 이후 한강 둔치에 대규모 숲이 조성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진 한강 둔치의 숲이 뒤늦게나마 제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나무 그늘이 없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던 시민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장마가 오기 전인 6월 중순까지 수양버들, 버드나무, 느릅나무, 갯버들 등 27종 14만 그루를 한강 둔치에 심을 계획이다.

홍수에 대비해 10∼20m씩 간격을 벌려 심는 중인데 20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다는 대홍수에도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강 둔치에 숲을 조성하는 계획은 나무 그늘이 없어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한강 둔치에 나무를 심지 못하게 막은 하천법이 1997년 개정된 이후 서울시는 치수에 부담을 주지 않는 크기의 나무 4500그루를 한강 둔치에 심었다. 하지만 나무 그늘을 바라는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시민들에게 ‘한강시민공원에서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인가’를 물어보니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그늘이 없다’, ‘나무가 없어서 삭막하다’는 대답이 많이 나왔다.

주5일근무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한강시민공원을 찾는 시민이 날로 늘어나는 점도 나무 심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강시민공원의 하루평균 이용객은 2003년 12만 명에서 2004년 12만5000명, 2005년 13만2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거리가 가깝고 간식비와 주차요금에 거의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한강시민공원은 늘 붐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나무를 10∼20m 간격으로 심어 가까이에서는 듬성듬성해 보이겠지만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달릴 때는 숲처럼 보일 것”이라며 “나무가 7, 8년쯤 자라면 그늘막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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