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의 발원지인 몽골과 중국의 사막화는 지난 몇십 년간 급속히 진행되어 왔다. 현재 몽골은 국토의 약 90%, 중국은 약 16%가 사막으로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몽골은 1970년대에 비해 목초지 면적이 6만9000km²나 줄고 서식 식물종도 4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됐다. 이곳에서 발생한 황사는 중국 대륙, 한반도, 일본 열도는 물론 멀리 미국 태평양 연안 지역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황사 발생 일수는 매년 늘어나고, 피해액도 2002년을 기준으로 약 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간 황사 발생 시 관측된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m³당 무려 2000μg을 넘기도 하며, 순간 최대 3311μg에 이른 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m³당 150μg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이 몽골을 도와 식수(植樹)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 최근 몇몇 국회의원과 민간단체 대표가 몽골을 방문해 사막화 방지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하지만 역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매년 심해지는 황사를 막을 마땅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황사 대책은 오래전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의 산성비 사례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곳 산성비의 원인은 영국의 산업화였다. 산성비는 1950년대엔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무성하던 숲이 사라지고 하천과 호수의 물고기가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이 지역 국가는 전 세계의 이목을 자신들의 산성비 피해로 끌어들였다.
스웨덴의 유엔 대사는 1968년 5월 제44차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국제환경회의를 제의하였고, 1972년 6월 5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환경회의인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며, 그 성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것은 국제사회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평화 유지, 식량, 보건 등을 위해 일해 온 유엔은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환경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다. 같은 해 유엔총회에서 이를 기념하여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제정하고 환경전문 기구인 유엔 환경계획(UNEP)도 설립하였다.
황사 역시 동북아시아 몇몇 국가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대 피해국인 남북한이 주축이 되어 이를 국제 문제로 만들고 협력과 지원을 구해야 한다.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 남북 공동으로 유엔 사막화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다.
유엔 사막화회의는 1976년에 발족하여 사막화 현상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99년에 가입하였으나 활동은 미진하다. 이제 더욱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사막화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범세계적인 협력과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동북아를 환경 재앙에서 구하고, 가해국이자 피해국이기도 한 중국과 몽골을 돕는 길이다. 아울러 이는 무모한 산업화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에 진정한 국가 발전과 번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