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성폭력 주저말고 신고하세요”

  • 입력 2006년 3월 16일 06시 48분


정모(22·여) 씨는 지난달 25일 밤늦게 경북 안동시 A찜질방 수면실에서 잠을 자다 옆에 있던 30대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깜짝 놀란 정 씨는 찜질방 직원을 불러 이 남자를 붙잡았으나 경찰서로 데려가기가 꺼림칙했다. 또 이 사실이 가족 등에게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정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지구대 경찰관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안동시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경북 원스톱지원센터’로 안내됐다. 이곳에서 24시간 근무하는 여성 경찰관은 피해자 조서를 작성하고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경북 문경시에 사는 주부 김모(34) 씨는 최근 말다툼 끝에 남편(37·회사원)에게 맞아 턱뼈가 부러지자 이곳을 찾았다. 2001년 재혼한 이후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려 온 김 씨는 상담사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눈 후 고소장을 제출하고 현재 이혼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이 지원센터가 들어있는 안동의료원(안동시 북문동)에서 무료로 치료도 받았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은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12일 안동의료원 2층에 문을 연 이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 센터는 15일 현재까지 피해자 방문 22건, 전화상담 65건 등 총 87건을 접수했다. 방문 및 전화상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폭력이나 성매매가 33건(38%)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가정폭력 28건(32%), 학교폭력 6건(7%), 기타 20건(23%) 등의 순이었다.

여성 경찰관, 간호사, 상담사 등이 이 센터에 상주하며 피해 여성에 대한 상담과 치료, 수사, 법률지원 등을 한꺼번에 해주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이 센터는 진술녹화실, 진료실, 상담실, 피해자안정실 등을 갖추고 있다. 여성부와 경찰청은 16개 시도에 연차적으로 이 같은 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경북 원스톱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권남순(權南淳·29·여) 순경은 “현재 대구에는 원스톱지원센터가 없어 대구와 경북 지역 피해 여성은 모두 이 곳을 이용할 수 있다”며 “이 센터에서 상세히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 여성이 별도로 경찰서에 가는 번거로움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전화 054-843-1117, 팩스 054-851-5472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