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남 대왕초등교 영어체험교실… 영어가 ‘술술’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5분


새 학기 들어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세곡동 대왕초등학교 영어체험학습센터. 16일 은행 창구처럼 꾸며진 ‘뱅크존’에서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와 함께 환전할 때 쓰는 영어 표현을 익히고 있다. 아래는 비행기 내 환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항존’. 강병기  기자
새 학기 들어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세곡동 대왕초등학교 영어체험학습센터. 16일 은행 창구처럼 꾸며진 ‘뱅크존’에서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와 함께 환전할 때 쓰는 영어 표현을 익히고 있다. 아래는 비행기 내 환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항존’. 강병기 기자
“Welcome to English Center.”

16일 오전 11시 반 서울 강남구 세곡동 대왕초등학교 영어체험학습센터. 모형 여권을 들고 기내를 옮겨 놓은 듯한 ‘공항존’에 들어선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Hi” 원어민 교사의 인사에 아이들은 “Hello” 하고 답하며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와∼ 비행기에 타고 있는 것 같아.”

눈앞에 활주로 그림이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날은 4학년 4반의 영어체험수업 첫 시간. 승무원에게 음료를 주문하는 것이 ‘오늘의 과제’다.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Coke, please.”

센터에 들어올 때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아이들이 영어로만 말하는 교사의 입 모양과 손짓을 놓치지 않고 따라했다. 억양이 틀렸을 때는 교사가 “No, No” 하며 천천히 다시 말했다.

29명인 4반 아이들 가운데 일부가 ‘공항존’에 있는 동안 나머지는 은행 창구처럼 차려진 ‘뱅크존’에서 환전하고 있었다. 모형 달러를 내밀고 원어민 교사에게 더듬더듬 말하던 아이는 “Good Job!”이란 칭찬을 듣고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뒤에 서있던 아이는 자신감을 얻어 쉽게 입을 열었다.

대왕초등학교는 방학 동안 2개 교실을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공항존’을 지나면 샌드위치, 스테이크 등 음식모형과 메뉴판, 이국정취 물씬 풍기는 테이블이 갖춰진 ‘레스토랑존’,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구입하고 가격을 지불해 보는 ‘마켓존’이 나왔다.

‘뱅크존’이 있는 교실에는 출입국을 경험할 수 있는 ‘이머그레이션존’, 역할극을 할 수 있도록 대형스크린과 원형 무대가 설치된 ‘드라마존’, ‘텔레폰존’ 등이 마련됐다. 센터의 규칙은 청소할 때도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

새 학기부터 아이들은 2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서 무료로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고 있다. 영어학원에 다닌다는 엄소윤(10) 양은 “책걸상만 있는 교실에 가만히 앉아 배우는 학원보다도 더 재밌다”고 말했다.

수업은 원어민 교사와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보조교사가 함께 진행한다. 영어교육학을 전공한 보조교사 강영미(姜英美·31·여) 씨는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놀이 하듯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꾸 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학교 안 영어체험학습센터는 지역교육청의 제안으로 구청이 예산을 지원해 마련됐다. 대왕초등학교를 비롯해 역삼, 대곡초등학교 등 강남구에 있는 세 학교 모두 이번 학기에 문을 열었다. 4월이면 서초구에도 3곳이 생길 예정이다. 이 시설은 관내 다른 초등학교에도 개방하고 있다.

대왕초등학교 이상천(李相天) 교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대규모 영어마을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학교 안으로 옮겨 와 접근성이 훨씬 좋다”며 “오후와 주말에 지역 초등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체험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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