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궁금증에 답을 주기 위해 ‘선생님이 정말정말 사랑하는 아이’란 책을 함께 펴낸 선생님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가동초등학교의 심언주(44), 김금옥(40) 교사와 가락초등학교의 이은미(36) 교사. 10년 이상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이들은 “어느 아이든 선생님에게 최고의 제자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교사가 책을 통해 전하는 어린 제자들의 모습에는 엄마들조차 모르고 있던 ‘깜찍한’ 감동이 있다.》
■ 교사 3인이 말하는 ‘사랑스러운 아이, 고마운 학부모’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마다 선생님 몰래 책상을 닦아 정리를 해주던 은혜, 공장에 일 나가는 엄마를 거들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도 학교에서는 자폐아 친구를 도와주던 명희, 짝꿍 손 다칠까 봐 자기 필통으로 튀어나온 책상 못을 박아주던 성민이….
우리 아이도 이렇게 키울 수 있을까.
○ 선생님이 사랑하는 아이는요…
심 교사는 “새 학기를 맞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성실’이지만 성실한 아이들 못지않게 마음을 기쁘게 하는 아이가 숨겨진 재능이 발견되는 아이”라고 강조했다.
“노래나 연주를 잘하거나, 자연관찰에 뛰어나거나 때로는 남을 잘 웃기기도 하는, 어떤 재능이든 아이가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아서 펼칠 때 아이들이 멋지게 느껴져요.”
이 교사도 동감이다. “아이들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예뻐요. 어떤 학부모들은 자신이 학교에 와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내 아이가 사랑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자기 귀여움을 자기가 만들어 가는 걸요.”
김 교사는 “긍정적인 태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슨 일을 하든 삐죽거리기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는 아이들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 선생님의 사랑은 믿음 속에서 자라요!
심 교사는 교사와 아이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봐 줄 것”을 강조했다. 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면 아이들 역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잠시 휴직 중이던 시절 남편의 직장동료가 ‘아무래도 학교에 안 찾아가서 우리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점 하나 때문에 100점을 못 받은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무척 속상했다고 한다.
“휴직을 하고 보통 엄마가 되어 다른 엄마들 틈에서 교사들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를 들을 때 참 괴로웠어요. 우리 교사들에게 가장 고마운 선물은 진정어린 마음이 담긴 따뜻한 격려의 말, 감사의 말 한마디인데….”
사실 학기 초만 되면 엄마들의 최대 고민은 학교에 어떻게 가야 하느냐이다. 흔히 3월 중순경 열리는 학부모총회는 아이들 담임교사를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이기도 하다.
이 같은 ‘부담감’에 대해 이들 교사는 “‘친척집에 오랜만에 방문하는 정도’의 마음이면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어떤 교육방식을 가진 교사인지 학기 초에 한번 정도는 찾아봐야 하지만 그 선생님의 교육방식에 믿음만 있다면 그 이상의 방문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 아이 문제, 오해 없이 같이 풀어요
교사들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오해가 쌓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부모에게 교사와 관련된 부분을 전달할 때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빼놓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심 교사는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대개 집안에서도 문제가 있는데 부모가 문제를 회피하거나 아이를 미워해서 그렇다고 오해를 해 아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사는 “교사도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아이 부모님이나 아이가 교사의 힘든 상태를 자신을 미워한다고 받아들일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가끔 학부모들 가운데 ‘아이에게 무섭게 대해 달라’ ‘때려서라고 고쳐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 교사는 교사가 이런 악역을 맡는다고 아이가 크게 달라질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말했다.
○ 이런 학부모들이 고마워요
김 교사는 “그동안 고마움을 느꼈던 학부모들은 교사가 아무리 극성스럽게 굴어도 믿고 말없이 따라주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아이 가방도 살펴보고 숙제도 봐주시며 다른 부분은 말없이 교사에게 믿고 맡겨 주시는 분들”이라는 심 교사의 설명이다.
이들 교사는 자신들 역시 학부모이기도 하다.
“예전에 준비물 안 챙겨주시는 부모님들 보면 왜 그럴까 싶었는데 저도 나이가 들다 보니 아이 준비물을 깜빡깜빡하게 되더군요.” 이 교사의 ‘주부건망증’ 고백이다.
처녀 시절에는 방학숙제 안 해오는 녀석들을 꼭 남겨서라도 시켰다는 김 교사.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부터는 방학숙제 안 해와도 ‘그래, 잘 놀았다’하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저도 학기 초에 한번은 아이 담임선생님을 뵈러 갔죠. 그때마다 어찌나 긴장되던지….” 심 교사도 학부모로서 가슴 졸인 기억이 있었다.
22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심 교사는 “선생님의 다정한 말 한마디, 격려, 꾸지람 같은 것으로도 아이들은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며 “선생님들은 다양한 아이들을 다 사랑한다는 점을 부모가 믿어주고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날 ‘수다’를 마무리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 아이와 선생님에 대해 얘기할때
올해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간 맞벌이 주부 이은아(37·경기 하남시 덕풍동) 씨는 “부담 없이 학교에 가야 한다는 ‘이론’과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의 차이 때문에 아이 담임선생님을 뵈러 갈 때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렇지만 막상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보니 학교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불신은 어느 정도 걷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막상 학부모회의 등을 다녀 온 뒤에도 문제.
한국아동발달심리센터 박정희 연구원은 “아이들 앞에서 무의식중에 얼굴을 보니까 성격이 매우 깐깐한 선생님 같다든지, 옷 입은 걸 보니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겠다든지 등 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에 대한 선입견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와 함께 선생님에 관한 대화를 할 때도 선생님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아이의 생각에 관심을 갖는 방법으로 대화를 유도한다.
박 연구원은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았을 때 ‘그 선생님은 왜 그러신다니?’라는 말보다는 ‘그래서 네가 속상했겠구나’라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내성적인 막내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는 주부 김경혜(46·서울 종로구 내수동) 씨는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정말 잘했구나.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뭐라고 칭찬하실까’ 등의 말로 선생님이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의 유복희 연구원은 “엄마나 할머니와 선생님을 혼동하기도 하는 저학년들에게 ‘너 그러면 선생님께 이를 거야’ 등의 말투는 학교나 선생님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유 연구원은 “선생님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는 고학년들에게 무조건 선생님을 옹호하는 말투는 오히려 반감을 사기 쉽다”면서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태도를 보인 후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숙제 많이 내 주는 선생님에 대해 불평하는 아이에게 ‘숙제 많이 내 주는 선생님이 좋은 분이야’라고 말하기보다는 ‘엄마 생각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선생님이 숙제를 많이 내 주신 것 같아’라고 말한다.
박완정 사외기자 tyra21@naver.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