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에서 13년째 생도들의 구두 수선을 책임져 온 황두석(54) 씨. 황 씨는 수년 전 작고한 부친의 뒤를 이어 1994년부터 해사 구두수선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부친이 수선소를 운영한 25년을 더하면 황씨 부자는 38년째 해사생도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것.
황 씨의 부친은 1960년대에 경남 진해에서 수제 제화소를 운영하다 대기업의 기성구두가 나오면서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해사의 구두수선 업무를 맡게 됐다.
당시 진해역 철도 검수보조원으로 일하다 부친의 어깨너머로 구두 수선기술을 익혀온 황 씨는 부친의 권유에 따라 가업을 잇게 됐다.
황 씨가 13년간 손질한 생도들의 구두는 약 1만2000켤레로 부친이 수선한 것까지 합하면 4만 켤레가 넘는다. 그는 학생 신분인 생도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수선비를 시중보다 30% 가량 싸게 받고 있다.
월수입은 50만~60만 원이 전부. 그러나 그는 항상 밝은 미소로 자식 같은 생도들을 맞고 있다.
황 씨는 21일 "사관생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져야 하고 그런 멋의 마무리는 바로 신발"이라며 "생도들의 구두를 손질할 때마다 내가 수선한 신발을 신고 교육훈련을 받는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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