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한 최신 휴대전화의 핵심 기술을 카자흐스탄으로 몰래 빼돌려 수십억 원을 챙기려던 삼성전자 연구원 등 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건주·李健周)는 22일 삼성전자 선임연구원 이모(35) 씨와 해외부동산 컨설팅업체인 ㈜프리죤 기획실장 장모(34) 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세계 메이저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전략지역으로 꼽고 있는 독립국가연합(CIS)의 회원국인 카자흐스탄으로 기술 유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IS 지역에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24%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22일 경기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팀 사무실에서 개발 임직원에게만 접근이 허용된 사내 통신망에 접속해 최신 휴대전화 2개 모델의 회로도와 배치도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A4용지 15장으로 출력했다. 이 씨는 자료를 외부로 반출한 뒤 사무실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기생 장 씨에게 전달했고, 장 씨는 곧바로 카자흐스탄 정보통신사 N사 관계자 2명에게 이를 보여 줬다.
이 씨와 장 씨는 N사 관계자들이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한 이후인 11월 27일 기술을 넘기는 조건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작성해 N사에 보냈다.
N사가 답변을 보내지 않자 장 씨는 12월 알고 지내던 국내 거주 카자흐스탄인에게 “N사 측에 전달해 달라”며 휴대전화 2개의 회로도 1장씩을 줬다.
이 씨와 장 씨는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넘겨 주는 대가로 200만 달러를, N사로 이적할 경우 100만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회로도를 받은 국내 거주 카자흐스탄인은 회로도를 N사에 넘기지 않고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이 사실을 제보해 이 씨와 장 씨가 검거됐다. 회로도는 수사 과정에서 회수돼 기술 유출은 없었다.
이들이 유출하려던 SPH-S1300 모델은 안테나를 휴대전화 내부에 내장한 기술이 적용됐고, SCH-V740는 휴대전화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슬림화 기술이 담긴 최첨단 휴대전화들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이 유출됐으면 휴대전화 개발비용 26억5000만 원과 앞으로 5년간 매출 차질 예상액 5343억 원 등 모두 1조3000억 원의 피해를 볼 수 있었다고 추산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NSC문서 유출 직원에 외교부, 솜방망이 징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밀문서를 유출한 외교통상부 출신 이종헌(李鍾憲)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 22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외교부는 이날 “17일 열린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에서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와 비밀엄수의 의무, 보안업무 규정 및 청와대 보안업무 내규 위반 혐의가 인정돼 이 전 행정관에 대해 중징계인 정직 3개월을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22일 반기문(潘基文) 장관이 이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전 행정관은 대통령의전비서관실에 근무 중이던 지난해 12월 말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에게 NSC 상임위 회의록(3급 비밀)을 보여준 사실이 청와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달 22일 이 전 행정관을 외교부로 원대복귀시키면서 중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직 3개월 처분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외교 안보 관련 국가기밀을 유출해 큰 파문을 일으킨 사안에 대해 ‘너무 솜방망이 징계 아니냐’ ‘외교부의 자기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직은 ‘파면, 해임, 정직’으로 구성된 중징계 중 가장 가벼운 처분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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