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재소자와 자녀의 '꿈같은 만남'

  • 입력 2006년 3월 26일 17시 36분


24일 경기 파주의 한 연수원 강당에는 '특별한 가족'이 초청됐다.

경쾌한 음악 소리에 맞춰 박연숙(가명·32) 씨가 아들(10)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원을 그렸다.

레크레이션 강사의 구호에 맞춰 가끔 서로 얼싸안기도 하고, 오랜 만에 볼을 맞대기도 했다.

살인 혐의로 8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박 씨는 아들을 6년 만에 처음 만났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3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이모(34) 씨도 2년 만에 아들(9)을 만났다.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말도 잘 건네지 못할 정도로 서먹해 했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 씨는 "가족과 함께 밥 먹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만남은 출소를 앞둔 어머니 재소자와 자녀와의 원만한 관계 회복을 돕기 위해 법무부가 시범적으로 실시한 '가족캠프'의 프로그램이었다.

법무부가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마련한 가족캠프에는 어머니 재소자 8명과 그 자녀 11명 등 총 19명이 참가했다.

도주 위험이 없는 재소자 가운데 형기를 60~70% 정도 마치고 7~13세 자녀를 둔 여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총 21명이 신청해 8명이 최종적으로 선정됐으며, 이들은 1년6월에서 8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 가운데 6명은 올해 안에 출소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독일 등 외국에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출소 후 가족과 원만하게 지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당수 어머니는 아들에게 차마 복역 사실을 말할 수 없어 자녀들도 외국 나갔던 어머니가 한국에 잠시 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어머니가 재소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비 3000여만 원은 LG-고현정 펀드에서 지원 받았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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