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토리라인
6·25전쟁 중 강원도의 두메산골. ‘동막골’이라 불리는 마을에 국군과 인민군, 미군이 찾아듭니다. 국군은 표 소위(신하균)와 겁쟁이 위생병 문 상사, 인민군은 상위 리수화(정재영)와 나이든 병사 장영희(임하룡), 소년병 서택기였죠. 미군은 불시착한 전투기 조종사 스미스 대위였고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이들은 세파에 오염되지 않은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함에 점차 마음을 엽니다. 결국엔 국적과 인종을 떠나 모두 하나가 되죠. 이들은 동막골을 폭격하려는 연합군에 맞서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습니다.
[2] 주제 및 키워드
서로 반목하던 국군과 인민군, 미군이 친구가 되는 계기는 뭘까요? 자신들을 감싸고 있던 이데올로기(자유민주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사상)와 국적의 굴레를 벗어던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은 ‘인류’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거죠. 여기서 ‘휴머니즘(인간성)’과 ‘인류 공존’이라는 주제어를 떠올릴 수 있겠죠.
하지만 영화에는 ‘휴머니즘’보다 더 근원적인 단어가 숨어있어요. 그건 바로 ‘순수’, 영어로는 ‘이너선스(innocence)’죠.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함은 총이나 수류탄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되어 서로를 향해 품고 있던 병사들의 증오심을 서서히 녹여버리니까요.
혹시 ‘민족동질성 회복’이란 표현도 주제로 생각하나요? 언뜻 멋진 대답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금 좁은 시각이에요. 영화에선 남북의 병사뿐 아니라 스미스라는 미국인까지 모두 하나가 되니까요.
[3] 생각 넓히기
“뭔 사람이 거 인사를 그 따우로 해요. 낯짝에 짝대기를 들이대구….”
총부리를 들이대는 인민군에게 동막골 사람들은 이렇게 답합니다. 수류탄을 보고도 마을 사람들은 “감자를 닮았네” 하면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죠. 바로 이 장면에 ‘사물과 언어의 의미’라는 철학적인 문제가 내포되어 있어요. 어떤 사물이나 말의 뜻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저절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습득하게 된다는 거죠. 동막골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총은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농사를 망쳐 놓는 멧돼지는 두려워하잖아요?
알고 보면 동막골은 사물이 갖는 고정관념을 180도 뒤바꿔 버리는 마술을 부리는 마을이에요. 수류탄은 무시무시한 무기지만, 이 마을 옥수수 곳간에서 터진 수류탄은 마을 사람들의 머리 위로 환상적인 ‘팝콘의 비(雨)’를 내리게 만들면서 남북의 군인들을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평화와 화해의 전령이기도 하죠.
[4] 뒤집어 생각하기
“숨도 안 맥히고 있잖우. 이래이래 손을 빨리 막 휘저으믄 다리도 빨라지미. 다리가 빨라지믄 팔은 더 빨라지미. 저 땅이 막 뒤로 지나가미. 난 참 빨라.”
여일이가 말하는 이 대목에서 우리는 포복절도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여일이는 미친 게 아니라 어쩌면 가장 솔직한 존재가 아닐까’ 하고 말이죠.
국군이나 인민군 같은 ‘바깥세상’ 사람들보다 더 솔직하고 순수한 건 동막골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동막골 사람들보다 더 솔직하고 순수한 존재는 다름 아닌 여일이죠. 여일의 말은 언뜻 바보스럽게 들리지만, 늘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파해야 해요. “니들 쟈들하고 친구나?” 하며 남북의 병사들에게 내뱉은 그녀의 말 역시, 알고 보면 하나됨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말이었죠. 여일의 버선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더럽게 생각하지만, 여일은 그 버선을 벗어 비에 젖은 소년병의 얼굴을 닦아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가장 솔직하게 전했던 것이죠.
[5] 내 생각 말하기
오늘은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답할 수 있는 문제를 내 볼게요. 동막골은 마을사람들이 모두 함께 일해 식량이나 옷가지를 생산하고 또 이를 각자 필요한 만큼 나눠 먹고 나눠 쓰면서 사는, 일종의 ‘공산사회’라고 볼 수 있죠. 이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일구며 살고 있어요.
하지만 동막골의 이런 모습을 반드시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 있을까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동막골을 논리적으로 비판해 보세요.
정답에 대한 힌트를 드릴게요. 자, 남들은 놀고 있을 때 여러분은 이 강의를 열심히 보고 들으면서 생각의 힘을 키우려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경쟁 사회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바로 이 ‘경쟁’과 ‘발전’이란 단어에 해답이 숨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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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다음 온라인 강의에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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