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이태훈 원장

  • 입력 2006년 3월 28일 07시 55분


“피해자가 범죄의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이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의 가천의과대 길병원 이태훈 원장(56)은 매주 월요일 오전 남구 학익동 인천지검으로 출근한다.

범죄피해를 입어 고통을 겪는 시민과 가족을 돕기 위해 지난해 1월 검찰과 함께 설립한 인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을 맡았기 때문.

그는 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 보고서를 꼼꼼하게 검토한 뒤 직원과 함께 지원방안을 찾는다.

상담을 받기 위해 시민이 센터를 방문하면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듯 친절하게 맞이한다.

지난해 2월 밤에 귀가하다가 집 근처 공원에서 4명의 괴한에게 돈을 빼앗기고 마구 얻어맞아 전치 32주의 중상을 입은 김모(44) 씨.

두 자녀를 키우며 평소 우유를 배달해 어렵게 생계를 꾸려오던 김 씨는 막막했다.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딱한 사정을 김 씨의 이웃이 알고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혼한 어머니와 살다가 지난해 12월 고교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중생 박모(15) 양.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휴학했으나 생활형편이 어려워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했다.

그는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정신과 치료를 무료로 받아 정상을 되찾았다. 요즘은 미용학원 교육비를 지원받아 미용사로 새 삶을 설계하고 있다.

지원센터에서는 피해 유형에 따라 효율적으로 돕는 방법을 결정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피해자가 다친 몸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을 연결하며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지원한다.

피해자가 숨지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경우 부인이나 자녀가 취직하도록 알선한다.

센터 소속 5명의 변호사는 법률적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930여 건이 넘는 피해사례를 상담해 440여 명에게 도움을 줬다.

그는 “피해자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인천지검 11층(1106호)에 있으며 토, 일요일 문을 닫는다. 전화나 인터넷(www.icvc.or.kr)으로 상담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032-868-4999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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