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실업고의 설립 취지와 학력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 행정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고, 실업계고도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으로 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 "실업계고 취지 뭔가"=서울대는 특별전형 비율 확대에 대한 기존의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이종섭(李鍾燮) 입학관리본부장은 "실업계고 출신자 대입 특별전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려대 김인묵(金仁默) 입학처장은 "2006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2개 영역 이상 2등급을 최저학력 지원기준으로 정해 모집정원의 1%를 실업계 학생으로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정원에도 못 미쳤다"며 "올해 선발 인원을 3%로 늘리고 수능 4개 영역 평균 4등급으로 기준을 낮췄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치논리에만 따른 5% 확대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현선해(玄宣海) 입학처장도 "정부는 실업계고의 설립 취지와 직업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실업계고 정책이 대입 문호를 넓히기 위한 것인지, 기술을 제대로 배워 사회에 진출하게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업계고 "기능교육 확충부터"=실업계고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실업계고의 정체성이 흐려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서울 S공고 관계자는 "자칫 실업계고가 대학진학의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실무중심 교육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며 "산업기능 인력을 양성은 방치하다 즉흥식 정책을 내놓는 것 같아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 K상고 관계자는 "지방 실업계고는 최근 10년 간 지원자가 급감하고 관련 예산도 줄었다"며 "대학진학 기회도 좋지만 시설 교체 등 기능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6개 시도교육청의 올해 실업계고 관련 예산은 1481억 원으로 지난해 1644억 원의 90%에 머물렀다. 특히 전북 충북 충남 광주 전남 울산 지역의 실업계고 예산은 2004년의 22.1~54.5% 수준에 그쳤다.
실업계고 예산은 2003년 1903억 원, 2004년 1807억 원, 지난해 1644억 원, 올해 1481억 원으로 2003년에 비해서는 22%, 2004년에 비해서는 18% 감소했다.
서울의 한 실업계고 관계자는 "정부 여당이 말로만 실업계고 활성화를 외차고 있다"며 " 예산 지원이 부족해 잘 쓰지도 않는 구식 기계를 놓고 교육하는 현실부터 개선해 달라"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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