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루 만에 번복된 ‘학군 광역화’ 해프닝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정부 여당이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서울지역의 학군을 현재의 11개에서 5∼7개로 광역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우수한 교육여건이 강남 집값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강북 학생들도 강남의 고교에 입학할 수 있게 하거나 ‘강남 8학군’의 벽을 허물어 인근의 다른 구(區)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일단 오늘 발표되는 부동산대책에선 제외됐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학군 조정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혀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학군 광역화를 결정하는 권한은 서울시교육청이 갖고 있으므로 정부와 여당이 학군을 조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선 월권(越權)이다. 시교육청은 이미 학군조정 문제를 놓고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나 결론을 내릴 문제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5·31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용’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학군 광역화는 서둘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평준화체제 아래서 학교 선택권을 다소 넓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 반면 강남 거주 학생들은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강북 학교로 배정받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강남에 배정된 강북 학생들이 통학 때문에 강남으로 대거 이주하려 하면 오히려 강남 집값이 뛸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변수와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육격차 해소는 강북의 교육 여건을 뚜렷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교육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갑작스럽게 실업고를 순회방문하고 실업고교생의 대학입시 특별전형을 ‘정원 외 3%’에서 ‘5%’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행태다. 실업고의 입시기관화를 부채질하고 직업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등 교육까지 득표에 이용하는 것은 집권당의 무책임성과 천박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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