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학군조정…선거에 춤추는 교육”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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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이 30일 발표할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 조치에 비강남지역의 학생들도 강남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군 광역화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큰 혼란이 빚어졌다.

충분한 내용 검토도 없는 상태에서 5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당의 재정경제위원회와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일부 내용을 언론에 흘려 혼란을 증폭시킨 것이다.

그러나 학군 광역화에 대해 여당에서마저 반대 분위기가 우세하고 부정적 여론이 일자 일단 당정회의 안건에서는 제외했다.

▽여당도 “금시초문”=지난해 8월 학군 광역화를 처음 주장했던 열린우리당 이계안(李啓安) 의원은 29일 서울시내 학군을 모두 없애 서울 지역 전체를 단일 학군으로 만드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강남학군과 인접한 지역구인 동작구를 의식해 학군 광역화를 주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당 부동산정책기획단 소속 의원들도 “(학군 광역화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논의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강래(李康來)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장은 “할 이야기가 없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확인하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교육당국도 혼선=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도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는 “학군 조정과 관련해 당과 정책을 조율한 적이 없다”며 “학교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정책의 기본 취지 이외에 구체적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군 조정은 교육감 권한사항이며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학군조정에 관한 정책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라며 “시안 작성과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실시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학군 조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안이 나온 것이 없다”며 다만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해 △2008년 3월 서울 구로구 궁동에 과학고 신설 △서울과학고의 과학영재학교로의 전환 △교육부 방침에 따라 공영형 혁신학교 도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선거에 이용 말라”=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교육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문제를 부동산정책의 하위개념으로 동원해서는 안 되며 집값을 잡으려다 교육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학군 광역화 방안:

현재 11개인 서울의 학군을 인근 학군끼리 묶어 5∼7개로 재조정한다는 방안이 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학군을 넓혀 희망 학교를 먼저 지원하게 한 뒤 추첨 배정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강남학군에 인접한 동작구와 관악구의 일부 지역, 한강 이북의 성동구 광진구의 일부를 강남학군과 묶어 재조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 선택의 기회는 넓어지지만 통학시간이 길어지고 강남 학생을 다른 지역에 배정할 경우 현 거주자로부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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