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출금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1분


검찰이 정몽규(鄭夢奎)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이달 중순 출국금지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브로커 윤상림(54·구속기소) 씨 사건 수사과정에서 정 회장이 진승현(陳承鉉·수감 중) 전 MCI코리아 부회장에게 15억 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 씨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검찰의 ‘칼날’이 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계속되는 소환 수사=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지난달 이후 3차례 소환 조사했던 정 회장을 이르면 다음 주에 다시 조사할 계획이다.

진 씨는 1999년 정 회장에게서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싼값에 넘겨받은 뒤 이를 팔아 남긴 차익 중 50여억 원을 정 회장에게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진 씨가 정 회장의 비자금을 만들어 주고 그 대가로 15억 원을 받았는지 조사하는 중이다.

당시 진 씨가 정 회장 등 재벌 2세 7, 8명과 장외에서 신세기통신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벌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이웅열(李雄烈) 코오롱그룹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회장 비자금 왜 불거졌나=검찰은 지난달 윤 씨의 차명계좌와 수표를 추적하다가 정 회장 개인 계좌에서 나온 1억 원짜리 수표 한 장을 찾아냈다.

진 씨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윤 씨에게서 빌렸다가 갚는 과정에서 2003년 정 회장에게서 받은 15억 원 중 1억 원을 윤 씨에게 건넸다.

검찰은 지난달 정 회장과 진 씨를 몇 차례 불러 15억 원을 건넨 이유를 조사했다.

정 회장은 “줄 돈이 있어서 준 것”이라고 했고 진 씨는 “받을 돈이 있어 받은 것”이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검찰과 재계 일각에서는 진 씨가 1999년 4월 정 회장에게 5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준 대가로 15억 원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비자금 사건?=정 회장이 회사 신주인수권을 시중 거래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진 씨에게 넘겨 준 게 사실이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횡령액수가 50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10년이다.

하지만 7년 전 일이라 관련 자료가 온전히 남아 있을지 검찰도 자신하지 못한다. 횡령 액수가 50억 원이 안 되면 공소시효(7년)가 다음 달 완성되므로 검찰에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정 회장, 이 코오롱그룹 회장 등 재벌 2세들이 진 씨의 협조로 신세기통신 주가 조작을 통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렸다는 의혹도 검찰이 풀어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비상장 주식 거래에 증권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재벌 2세들이 막대한 차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탈세 혐의로 처벌할 수는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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