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반경 부산 북구 금곡동 A마트에 있는 은행에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들렀다가 박모(66·여) 씨가 돈을 인출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이 씨는 박 씨가 돈을 담은 종이봉투를 물품보관함에 넣는 것을 보고 무심결에 보관함의 문을 열어봤다. 박 씨가 실수로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 이 씨는 돈봉투를 들고 달아났다.
이 씨는 집에서 떨리는 마음에 봉투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1000만 원이나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치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지내던 중이었다.
이 씨는 갈등을 겪다 가난하게 살아도 부끄러운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수하기로 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8시경 부산 북부경찰서 금곡치안센터를 찾아 범죄 사실을 털어놓고 1000만 원이 담긴 돈봉투를 내놨다.
이 돈은 박 씨가 큰며느리의 뇌종양 수술비에 보태기 위해 수년간 부어온 적금을 해지해 마련한 것. 경찰은 박 씨가 선처를 호소하자 자수한 이 씨를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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