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36분경 제주 전역에 정전이 발생해 2시간 30여 분만인 오후 1시10분경 정상 복구됐다.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공항, 대형 할인매장, 지하상가, 병원 등에서 혼잡이 빚어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해저송전케이블 끊겨=한국전력공사 제주지사에 따르면 이날 정전은 제주지역 전력수요 34만8000kW의 44.5%인 15만5000kW를 공급하는 해저송전케이블이 차단되면서 발생했다.
해저송전케이블의 전기공급이 갑자기 끊기면서 전기수요를 이기지 못한 채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제주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3개 발전소가 연쇄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해저송전케이블이 차단된 원인은 케이블 2개 회선 가운데 1개 회선이 손상됐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전 측은 해상의 날씨가 호전되는 대로 해저케이블 순시선을 파견해 손상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제주 전역 공황상태=교통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아 제주시내 등 시가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으며 119상황실에는 엘리베이터 구조 신고가 빗발쳤다.
제주시 연동 일우연립에서는 고모(67·여) 씨와 손녀가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44분 만에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되는 등 30여명이 긴급 구조됐다.
대형 할인매장과 지하상가 등은 암흑으로 돌변했으며 상가의 전산결재시스템은 물론 가정마다 가전제품 가동이 순식간에 끊겼다.
제주공항에서는 자가발전시스템 가동이 9분여 동안 지연돼 카자흐스탄 상원의장을 만나기 위해 공항 귀빈실에서 대기하던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일행이 서둘러 대피하기도 했다.
또 개인병원 등에서도 컴퓨터가 다운돼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곤욕을 치러야했다.
경찰 등 비상근무 기관과 양식장 등에서는 대부분 자가발전시스템을 가동했으며 관공서, 금융기관 등이 쉬는 토요일에 정전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큰 혼란은 면할 수 있었다.
▽구조적인 문제=한전은 3개 발전소를 재가동해 송전선로를 순차적으로 복구했으며 해저송전케이블 2개 회선 가운데 1개 회선을 복구해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그러나 해저송전케이블에 따른 전력공급시스템에 의존할 경우 앞으로도 제주전역 정전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1997년 해저송전케이블이 개통된 이후 지금까지 90건의 이상 징후가 발견돼 26건의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전역에 걸친 정전사고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4차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해저송전케이블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중대형 발전소 건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전이 2011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해저송전케이블 증설 방안보다는 제주도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건설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주도는 2004년 1월부터 10차례에 걸쳐 30만kW를 공급할 수 있는 LNG발전소 건설을 정부에 건의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자체 에너지 수급 능력을 갖춰야 대규모 정전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며 한전이 해저송전케이블 증설을 고집하고 있어 LNG발전소 건설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지역 전력설비는 3개 화력발전소 26만5000kW, 해저송전케이블 15만5000kW 등 42만kW 규모로 해저송전케이블을 통한 전기공급을 우선하고 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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