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모건설회사 전 대표 김모(42) 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광진구 자신의 집에서 히로뽕 0.03g을 복용한 뒤 환각상태로 "서울중앙지검에 자수하도록 해달라"며 서울 광진경찰서(당시 동부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마약검사에서 히로뽕 양성반응이 나오자 김 씨를 체포하고 조사를 벌이다 김 씨가 가지고 온 백화점 종이가방에 들어있는 1억 원짜리 수표 67장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김 씨가 소지한 67억 원은 마약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고 이를 김 씨의 가족에 돌려줬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런 내용을 전해 듣고 김 씨에게 내지 않은 세금 74억여 원을 징수하기 위해 나섰다.
김 씨는 "가족들에게 수표를 줘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며 세금 납부를 거부했지만 국세청은 김 씨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씨는 이미 지난해 5월 마약 투약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10월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추가 실형선고로 집행유예가 취소될 것을 우려한 김 씨는 황급히 숨겨둔 수표 67장 가운데 66장을 찾아 세금을 냈다.
이에 국세청은 고발을 취소했고 서울 동부지법 형사3단독 주정대(朱珽大) 판사는 마약 투약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을 열어 31일 구속 기소된 김 씨에게 벌금 8000만 원에 추징금 9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형을 받게 된 김 씨는 집행유예 상태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마약 때문에 거액의 세금을 내게 된 셈이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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