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복용 자수했다 세금 66억원 낸 고액 체납자

  • 입력 2006년 4월 2일 16시 42분


마약을 복용하고 환각상태에서 자수한 고액체납자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1억 원짜리 수표 수십 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납했던 세금 수십억 원을 내게 됐다.

2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모건설회사 전 대표 김모(42) 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광진구 자신의 집에서 히로뽕 0.03g을 복용한 뒤 환각상태로 "서울중앙지검에 자수하도록 해달라"며 서울 광진경찰서(당시 동부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마약검사에서 히로뽕 양성반응이 나오자 김 씨를 체포하고 조사를 벌이다 김 씨가 가지고 온 백화점 종이가방에 들어있는 1억 원짜리 수표 67장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김 씨가 소지한 67억 원은 마약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고 이를 김 씨의 가족에 돌려줬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런 내용을 전해 듣고 김 씨에게 내지 않은 세금 74억여 원을 징수하기 위해 나섰다.

김 씨는 "가족들에게 수표를 줘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며 세금 납부를 거부했지만 국세청은 김 씨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씨는 이미 지난해 5월 마약 투약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10월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추가 실형선고로 집행유예가 취소될 것을 우려한 김 씨는 황급히 숨겨둔 수표 67장 가운데 66장을 찾아 세금을 냈다.

이에 국세청은 고발을 취소했고 서울 동부지법 형사3단독 주정대(朱珽大) 판사는 마약 투약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을 열어 31일 구속 기소된 김 씨에게 벌금 8000만 원에 추징금 9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형을 받게 된 김 씨는 집행유예 상태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마약 때문에 거액의 세금을 내게 된 셈이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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