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산모(産母)·신생아 도우미 사업은 당초 1만1192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기획예산처가 추정했으나 연간 상시(常時)고용 효과는 894명에 불과했다. 당초 계산을 ‘2주일짜리 임시직’ 기준으로 했다니 과거의 ‘전시(展示)행정’을 쏙 빼닮았다. 노인 일자리는 재활용 유리병 수거나 불법 포스터 떼기 등 단순 노동 일색이다. 398억 원이 쓰이는 대학·고교생 대상 ‘청소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도 상당수가 컴퓨터나 들여다보며 시간 때우는 일이다.
‘거품 일자리’ 만들기의 폐해는 세금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 관리(管理)한다며 공무원을 늘리면 필연적으로 규제가 늘어나고, 이것이 다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노무현 정권 출범 후 3년간 공무원이 2만5000여 명 증원되면서 각종 규제도 7715건에서 7926건으로 늘었다. 행정규제가 매년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씩 깎아먹는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1800여 명의 ‘사회봉사’ 공무원을 늘리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사회급여와 이자지출을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비율이 미국 일본보다 큰 ‘작지 않은 정부’이며, 보육 교육 주택 등과 관련된 정부의 분배정책도 저소득층에 별 도움을 못 주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가 큰 정부가 아니라고 우긴다.
청와대는 지난달 비서실 워크숍에서 “노동정책에 ‘덴마크 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덴마크가 1990년대 초 10%에 달했던 실업률을 5%로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은 해고를 자유롭게 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실업자 ‘맞춤교육’을 강화해 고용안정을 꾀한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에 비결이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세금 펑펑 써 가며 ‘거품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급급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해치는 데 정부가 앞장섬으로써 성장잠재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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