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생라면 먹이고 장애수당 갈취…장애인 학대감금해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4분


고아 출신의 정신 장애인(정신지체 2급) 김모(29) 씨는 1995년 경기 파주시에 있는 한 가구공장에 취직했다.

근로복지재단 소개로 취업 훈련을 나가던 중 가구공장 사장 김모(58) 씨가 “여기서 일해 달라”고 요청한 것.

정신 연령이 4.9세에 불과한 김 씨는 김 사장이 시키는 대로 10년 동안 공장 일을 도맡아 했다. 돈을 벌면 장애인 공동체에서 생활비를 제하고 적금을 부어 주었다. 그렇게 모은 돈이 2334만 원.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사장은 지난해 4월 김 씨를 “양자로 삼겠다”며 데려갔다.

김 사장은 3월 장애인 공동체에 찾아와 김 씨를 금치산자로 등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치산자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담당자가 공장을 찾았을 때 김 씨는 더러운 옷을 입고 “배가 고프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1일 김 씨의 월급 등 2400여 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김 사장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해 4월 김 씨가 모은 2334만 원과 국가에서 받은 장애수당·생계비 110여만 원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사장이 2월에는 실업급여를 가로채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1년여 동안 난방, 취사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간이 건물에서 사장이 주는 생라면, 과자 등을 먹으며 지냈다고 말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배고픈 김 씨가 몰래 들어와 맨손으로 밥을 퍼먹고 음식을 훔쳐가도 일부러 모른 척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는 시키는 대로 개를 키우고, 화단을 만들고, 쓰레기장 청소를 하면서도 월급은 받지 못했다.

경찰은 “김 씨는 아직도 사장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며 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돈을 맡아 불려 주려 했던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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