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050의 실버디자인]내 앞날 맑은 하늘같기를…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4분


《대기업 L사 총무팀 차장인 정모(44) 씨는 얼마 전 저녁 가족회의에서 고등학교 2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앉혀 놓고 ‘중대 선언’을 했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대학까지는 보내 준다. 그렇지만 그 이상은 없다. 혼수 비용도 집도 기대하지 마라. 그 대신 나와 엄마의 노후는 너희에게 한 푼도 기대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아내와 오래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정 씨는 “늙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도 싫지만 자식들이 우리 부부의 노후 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결코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고령화 사회에 대한 이미지는 ‘연령지진(Agequake)’ ‘21세기형 고려장(高麗葬)’ ‘연금 붕괴’ 같은 우울한 미래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장수(長壽)는 인류의 오랜 ‘꿈’이지, 그 자체가 ‘재앙’은 아니다. 준비하기에 따라 칙칙하고 고통스러운 생활이 아니라 ‘멋진 노후’가 될 수도 있다. 》

본보가 창간 86주년을 맞아 전국의 30∼50대 18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멋진 노후’에 대한 희망의 싹이 보였다.

‘당신은 노후에 어떻게 지내게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 ‘현재와 비슷할 것’이 45.2%,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 31.7%였다. 반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대답은 16.0%에 그쳤다.

자신의 노후를 위해 자식들에게 분명히 ‘선 긋기’를 하겠다는 응답 비율도 높았다.

‘자녀 교육이 자신의 노후를 힘들게 한다면 어디까지 지원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학 졸업하면 경제적 지원은 필요 없다’가 절반이 넘는 52.2%였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다’는 26.5%에 불과했다.

또 본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다가올 노후 생활의 예상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작성한 ‘노후 행복지수’에서 30∼50대 조사 대상 3만3000명의 노후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2.2점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 70.5점, 40대 59.8점, 50대 56.3점 등이었다.

이 지수는 통계청의 2003∼2005년 ‘사회통계보고서’를 기초 자료로 △건강 △경제 △가족 및 사회관계 등 3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노후 대비 정도를 분석해 수치화한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주요 사회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金勝權) 저출산고령화대책본부장은 “100점에 가까울수록 충분한 노후 대비를 하고 있고 각 분야에서도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생각보다는 노후 대비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당장 먹고살기에도 바빠 노후를 대비하기 힘든 빈곤층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화여대 김미혜(金美惠·사회복지학) 교수는 “돈, 취미, 건강, 부업, 봉사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후에 대비하는 젊은 계층이 많이 늘어난 것은 대단히 긍정적인 신호”라며 “하지만 빈곤의 덫에 걸린 계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국가나 사회가 배려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