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광주/전남]농약 대신 ‘천적’으로…

  • 입력 2006년 4월 3일 06시 33분


지난달 21일 전남 담양군 수북면 삼지마을 딸기 비닐하우스.

농부가 흰 통에 담긴 무엇인가를 이랑에 뿌리자 개미보다 작은 벌레가 우수수 쏟아졌다. 줄기를 젖히자 잎사귀에 붉은 빛을 띤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녔다. 잎사귀에 달라붙어 양분을 빨아 먹는 ‘점박이응애’의 천적인 ‘칠레이리응애’다.

다른 고랑에선 모기만한 작은 곤충이 날아다녔다. 진딧물의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로 진딧물 몸 안에 알을 낳아 죽인다.

“딸기농사를 망치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천적을 활용했더니 효과가 기대 이상입니다.”

1500평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박상호(41) 씨는 지난해 10월 딸기 종묘를 하우스 안에 심은 뒤 지금까지 농약을 일절 치지 않았다.

대신 응애와 진딧물, 총체벌레 등 해충을 없애주는 천적 5종을 한달에 3∼4번 방사하고 있다.

‘무농약 딸기’로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박 씨는 지난해 1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인건비와 방제비용, 시설하우스비 등을 제외하면 절반 정도가 순이익이다.

박 씨는 “손이 많이 가고 방제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안전한 농산물이란 점 때문에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며 “지난해 전국에서 500여 명이 천적농법 견학을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날도 경남 하동군 농민 80여 명이 박 씨 농장을 찾았다.

허명일(58·하동군 적양면) 씨는 “천적벌레가 해충을 잡아먹거나 그 몸에 기생해 방제율이 100%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무농약 시설원예를 하려면 현재로선 천적농법이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천적농법이 농가에 본격 보급된 것은 2000년 이후 부터다. 1997년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이 시설 원예농가 3ha에 시범적으로 천적을 보급한 이후 지난해 천적 방제 면적은 1500ha로 무려 500배가 늘었다.

현재 국내 시설농가에서 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벌레는 모두 18종. 이 가운데 10종은 토착종이고 나머지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농업과학기술원 김용헌(金容憲) 연구관은 “농약은 해충과 익충을 모두 죽이고 농작물의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천적농법이나 미생물을 이용한 농법은 소비자의 요구와 맞물려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세실 등 4개 업체가 천적을 길러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80억 원대로 세계에서 네델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5위 규모다.

농림부는 우리 농업을 친환경 위주로 전환하기 위해 2013년까지 국내 시설원예 10만ha 가운데 5만ha에 천적 농법을 보급키로 하고 지난해부터 농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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