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고래 혼획=지난달 2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 앞바다에서 돌고래 6마리가, 같은 날 인천 연평도 앞바다에서는 밍크고래 한 마리가 각각 그물에 걸려 숨졌다.
최근 들어 그물에 걸려 폐사하는 고래가 증가하고 있다. 사람처럼 폐호흡을 하는 고래는 짧게는 3∼10분, 길게는 30분∼1시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와 공기호흡을 해야 한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물에 걸려 숨진 고래는 밍크고래 263마리를 비롯해 모두 1150여 마리로 집계되고 있다.
혼획은 작살 등으로 고래를 잡는 포획과는 달리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지 않는다. 길이 5∼6m의 밍크고래는 3000만 원 가량에 팔려 어민들은 ‘바다의 로또’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업포경은 1986년부터 국제적으로 금지됐다.
포항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어민이 고래가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그물을 여기저기 쳐둘 수도 있겠지만 고의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잡힌 고래에 작살에 의한 상처 같은 게 없을 경우 어민에게 그냥 건네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물이 고래 폐사의 주범?=폐사한 고래 수가 늘어난 원인이 개체 수 증가 때문인지, 어민이 쳐놓은 그물이 많아진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당국은 그물이 고래의 이동을 방해할 정도로 많이 쳐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동해와 서해 등에 깔려 있는 그물의 길이는 40∼50만 km로 추정된다. 그물 같은 어구(漁具)의 수명은 약 1년. 바다 속 그물은 수명이 다 되면 건져 올려야 하나 상당수가 방치돼 고래 혼획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 최용석(崔容碩) 사무관은 “바다 속에 그물이 너무 많아 해양오염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어자원 보호 차원에서 그물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혼획되는 고래의 90% 이상은 울산 장생포 등지의 고래고기 전문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장생포에는 30여 곳의 고래고기 전문식당이 영업 중이다.
한편 울산해경은 고래 떼가 동해안으로 몰려다니는 봄철에 불법포획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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