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뇌사환자, 5명에 장기이식 선행

  • 입력 2006년 4월 4일 18시 10분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30대 가장이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눠주고 떠났다.

전북대병원은 4일 "정읍시 농소동에 사는 최장호(37) 씨가 2일 병원에서 간과 신장 2개, 각막 2개 등 장기를 5명의 환자에게 이식, 새 생명과 빛을 나눠준 뒤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특공대에서 군 생활을 했고 각종 무술과 운동으로 건강을 다져 큰 병 한번 앓은 적이 없던 최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달 28일.

정읍 시내의 한 노인회관 공사를 맡은 그는 '노인들이 편히 쉬도록 빨리 공사를 끝내야 한다'며 악천후를 무릅쓰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갑자기 불어온 돌풍으로 5m 높이에서 추락, 의식을 잃은 지 닷새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다.

6살과 4살짜리 두 아들을 둔 최씨의 부인 양연자(36)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휩싸였지만 평소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말하곤 했던 남편의 뜻을 받들어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양씨는 "남편의 죽음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을 희생해 절망에 빠진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주는 아버지의 자랑스럽고 고귀한 모습을 두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일 적출된 최씨의 장기는 성모(40) 씨 등 5명에게 곧바로 이식됐으며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나 환자들의 상태는 모두 양호하다고 전북대병원 측은 전했다.

최씨의 시신은 4일 화장된 뒤 전주시 효자추모관에 안치됐다.

이 병원 신장내과 박성광 교수는 "수술이 잘돼 이식 받은 환자들의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며 "최씨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도 생명의 씨앗을 나누려는 숭고한 결정 덕분에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에게 큰 희망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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