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보건·의학팀이 정부의 ‘항생제 처방률 공개’ 두 달을 맞아 일반의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 5개 분야의 항생제 처방률 상위 10개 개인 의원 총 5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의외로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57%를 차지했다(응답 거부 10개 의원 제외). 또 ‘앞으로 항생제 처방을 줄일 것인가’에 대해 16곳(40%)만이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항생제 처방, 줄이기 어렵다”=정부가 정한 ‘감기’의 범위와 치료법이 논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한 감기 환자군(群)에는 단순감기, 급성상기도증은 물론 급성편도염(J003), 급성후두염 및 기관지염(J004)도 들어 있다.
경북 구미시 H의원은 “국내에선 편도염, 후두염, 기관지염은 항생제로 치료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런 환자에겐 앞으로도 항생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Y의원 K 원장은 “단순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주는 병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번 발표에선 감기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봤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공해 등 국가별로 처한 환경에 따라 항생제 사용은 다르다”며 “국내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것은 양어장, 가축사육장의 항생제 남용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평원 관계자는 “국내 의원의 항생제 처방 비율은 평균 62%로 미국(43%) 네덜란드(16%) 말레이시아(26%)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공해가 심해 바이러스질환이 쉽게 합병증으로 발전한다는 등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처방률 공개,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개 이후 병원의 환자 수는 ‘변화가 없다’(70%)는 응답이 많았다.
다만 항생제 처방에 민감한 소아과 등은 타격이 컸다. 일부 병원은 환자 수가 50∼70% 줄었다.
또 환자들의 관심(복수 응답)도 높아져 △약에 항생제가 들어 있는지 묻고(30%) △약에서 항생제를 빼 달라고 요구하며(20%) △항생제 처방이 많은 의원이라 피하는(10%) 등의 변화를 보였다.
경북 포항시의 L의원은 “항생제 처방을 공개해 의사에 대해 불신을 키우기보다 감기 치료에 있어서의 항생제 지침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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