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도 젊은 나이라고 잔치 안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초대하면 안 갈 수도 없고 빈손으로 가기도 그렇고 참….”
박 씨는 “누구한테는 칠순잔치 한다고 부조 내밀고 누구는 그냥 넘기고 하기가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데다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젊은 노인’이 많아지면서 회갑진갑이 사라지더니 이제 칠순잔치마저 쑥스러운 시대가 되고 있다.
요즘도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는 ‘젊은 할머니’ 이수자(64·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몇 년 전 사돈부부 회갑연에서 60세의 젊은 사돈 내외가 큰 상 앞에 앉아 자식들 노래 듣고 하던 모습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그걸 본 뒤 회갑잔치를 생략하고 자식들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장수 잔치의 형식 자체도 달라졌다. 손님을 초청해 오색 한복 입고 큰상 받고 떠들썩한 공연까지 곁들이는 모습은 드물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주부 이영애(45) 씨는 지난해 집 근처 식당에서 자매 5명과 친정어머니(71·전북 임실군 운암면)의 칠순잔치를 해 드렸다.
이 씨의 자매들은 모두 서울과 경기지역에 살기 때문에 친정어머니가 올라와 딸네 가족과 식사를 같이하고 남은 잔치비용을 현금으로 받았다.
이 씨는 “노인이 많은 시골에서나 옛날 같은 칠순잔치를 찾아볼 수 있지 도시에서는 어지간하면 잔치비용을 줄여 용돈으로 드리는 추세”라며 “친정어머니는 고향에서 잔치를 하신 고향 친구분들 섭섭할까봐 마을 노인정에 돼지 한 마리 값을 내놓기는 하셨다”고 말했다.
판소리꾼을 두 명이나 초대해 성대하게 회갑연을 치렀던 윤모(77·대전 유성구) 씨도 칠순잔치는 조촐하게 가족모임으로 치렀고 올해 부인의 팔순잔치도 간소하게 할 예정이다.
대신 윤 씨의 자녀들은 윤 씨 부부가 얼마 전 단독주택에서 인근 새 아파트로 이사할 때 식탁 소파 냉장고 세탁기 등 살림살이를 바꿔 주었다.
잔치 대신 오붓한 가족여행을 선택하는 것도 요즘 추세다.
제주 서귀포시 상예동의 펜션 ‘재즈마을’은 칠순 팔순기념 여행을 하는 가족여행객이 많아지자 얼마 전부터 축하공연 폭죽놀이 등이 포함된 ‘칠순잔치 축하 이벤트’를 마련했다. 3대가 함께 숙박을 할 경우 무료로 1박을 추가해 주는 서비스를 해준다.
이곳의 김주희 대리는 “칠순 정도만 되어도 손자들과 캐치볼 놀이를 할 정도로 정정하시고 부부가 함께 건강을 유지하는 팔순 커플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끝>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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