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를 따라 산책하던 주민들은 “아이와 부모의 이름이 붙어 있어 평범한 나무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훗날 꿈나무 동산이 울창한 숲을 이루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의성군 주민들은 2003년 식목일 무렵, 여름에도 얼음이 생기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빙계계곡 주변에 벚나무를 심으려고 모였다가 생명의 꿈나무 동산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의성군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출생 기념 나무를 한 그루씩 가지고 있으면 고향에 대한 정을 잊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전형적인 농촌인 의성군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농과 출산 감소로 주민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주민 수는 1965년 21만 명에서 현재 6만7000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한때 인구를 늘리기에 안간힘을 썼으나 인구 감소 추세를 막기는 힘들었다. 의성군은 아이들이 비록 고향을 뜨더라도 태어난 곳을 마음에 새기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의성군은 주민이 즐겨 찾는 구봉산 문소루 주변에 동산을 조성하기로 했다. 고려 중엽 세워진 문소루는 경남 진주시 촉석루, 밀양시 영남루, 경북 안동시 영호루와 더불어 영남지방의 4대 누각으로 꼽힌다.
김 씨는 “나중에 한 그루를 더 심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응우옌 씨도 서툰 한국말로 “이 나무가 아들과 함께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출생한 딸의 나무를 시어머니와 함께 심은 김미경(金美京·30·안계면 용기리) 씨는 “남편과 의논해 앞으로 두 그루 정도 더 심을 생각”이라며 “아이와 나무가 모두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의성군 산림경영담당 장효식(張(고,학,혹,효)植) 씨는 “의성군에서 태어난 아이가 나중에 국가의 재목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이 동산에 담겨 있다”면서 “내년에도 수백 그루를 심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성=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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