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민아(22·여) 씨가 요즘 인터넷에서 즐겨보는 것은 포토 드라마 ‘장병생활백서’다. 한 이동통신사 광고를 패러디한 이 드라마는 ‘각 잡기’, ‘점호’ 등 군대의 일상을 사진으로 코믹하게 구성했다. 배우는 현역 공군. 김 씨는 “군대 간 남자친구가 알려줬는데 이젠 혼자서 찾아보며 낄낄댄다”고 말했다.
‘장병생활백서’가 게시되는 곳은 공군이 만든 공개 웹진 ‘클릭 e공군소식’이다. 2월 15일 첫회 게재 이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장병생활백서’를 기획한 최세진(26) 중위는 “현역 장병이나 예비역보다 젊은 여성,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님들이 ‘잘 봤다’며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은 3월부터 ‘육군은 내 친구’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이 카페는 600개 이상의 부대 커뮤니티 ‘베스트 육군 카페’, 군대 간 남자친구를 둔 여성들이 회원인 ‘고무신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좋은 사연을 뽑아 ‘남자친구에게 통닭 보내주기’ 이벤트를 벌였을 때는 2주 만에 3000건 이상의 사연이 접수되기도 했다.
군 문화가 엔터테인먼트화(化) 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 SK텔레콤 ‘네이트’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군가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 군을 소재로 한 만화 ‘츄리닝/일쌍다반사’ ‘짬’ ‘군대연가’,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내무반에 걸어놓을 수 있는 현수막 편지와 선물 등을 배달해 주는 인터넷 쇼핑몰 ‘군바리 365’ 등 군의 일상을 즐거움의 소재로 삼는 ‘펀대(Fun隊·Fun과 군대의 합성어)’ 문화가 병영 밖 사회에서 인기다.
TV,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유명 연예인들의 입대 모습이나 병영생활이 ‘즐거운 파티’처럼 소개되는 것도 군과 관계없는 여성이나 청소년들이 ‘펀대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요인.
그러나 ‘펀대’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회사원 이상원(41) 씨는 “엄격한 규율로 운영돼야 할 군대를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다 보면 군인들조차 군대를 동아리처럼 여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군대사회학’을 강의하는 홍두승(洪斗承) 서울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는 ‘강한 군대’와 ‘신세대 군대’를 모두 기대하는 심리가 혼재돼 있다”며 “군대 경험이 없는 여성까지 군 문화를 즐겁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공유하는 문화의 폭이 커지는 것이므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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