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방송국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신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재판을 직접 방청했다. 폭력·사기 등의 사건에 대한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신 씨는 “미국에 비해 한국 법정의 법대가 더 높은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또 “피고인을 위한 변호사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같이 앉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것과 피고인이 직접 판사의 신문에 대답하는 모습은 미국 법정 모습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가 법정에 있어도 피고인을 적극적으로 변론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신 씨의 관심을 끈 것은 한국의 국선변호인 제도. 법률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하기 힘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부에서 어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한국 언론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지면을 할애하는지 궁금해 했다.
그는 대법원이 최근 시도하고 있는 전자재판과 사건의 데이터베이스화 등은 미국 법원보다 훨씬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대검찰청 별관 기자실을 찾았다.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수사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대검 기자실에는 50여 명의 기자가 상주해 북적거렸다.
신 씨는 “사건 브리핑 중 수사검사에게 집중되는 날카로운 질문과 이를 피하려는 수사검사의 ‘밀고 당기기(pulling and pushing)’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진실을 위해 매일같이 치열하게 살고 있는 한국 법조기자들의 일상을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기자들에게 쓴소리도 했다.
“한 장소에 다 같이 있다면 새로운 뉴스를 찾아낼 수 있나요?”
그는 하루 열 몇 시간 넘게 기자실에서 ‘대기’하는 한국 기자들의 취재 방식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씨는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미국 명문여대 웰즐리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사회학 석사를 받은 후 미국 공영방송인 PBS를 거쳐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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