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대여업체 아멕스사 대표인 김 씨는 7일(현지 시간) 자신이 감금됐던 티후아나 교외 주택에서 멕시코 범인들이 조는 틈을 타서 탈출에 성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김 씨는 이날 새벽 납치범들이 잠든 사이 옆에 놓여 있던 총을 집어 들었다. 김 씨는 범인을 깨우고 총으로 위협해 자신의 발을 묶은 족쇄를 풀게 한 뒤 범인들을 방의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고 집 밖으로 탈출했다.
큰길로 나간 김 씨는 마침 지나가던 트럭을 세우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총을 든 그를 강도로 여긴 트럭 운전사는 황급히 차를 몰고 가버렸다. 결국 김 씨는 인근 주택가로 들어가 경찰에 신고해 납치범 일당 5명을 모두 체포할 수 있었다.
납치범 일당 5명 중 1명은 과거 김 씨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이어서 신원 파악이 용이해 먼저 잡혔으며 나머지 4명도 몇 시간 만에 붙잡혔다. 나중에 체포된 4명은 먼저 잡힌 범인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빅토르 라미레스 티후아나 경찰 대변인은 “아마추어 일당의 소행”이라며 “김 씨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 없이 무사하다”고 밝혔다.
미국 접경지역에 있는 티후아나에서 외국 기업인 납치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일본 산요회사 중역이 납치됐다가 200만 달러를 지불하고 풀려난 후 처음이다. 이번 김 씨 납치범들도 2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김 씨가 기지를 발휘해 탈출에 성공하면서 범인들이 모두 잡힌 것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해 멕시코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티후아나에는 미국과 멕시코 시장을 겨냥해 다수의 한국 업체가 진출해 있다. 김 씨는 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아멕스사는 멕시코에서 현대정공에 기중기 등 중장비를 대여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후아나는 마약 밀반입 및 밀입국 주요 루트 가운데 하나로 각종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