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금감원-외환銀 BIS비율 수치조작 개입”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금감원 간부가 실무자에게 외환은행이 내놓은 부실 전망치를 보고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 감사원 조사에서 나왔다.

하복동(河福東)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10일 “소환 조사를 받은 금감원 이곤학 은행검사1국 수석검사역이 ‘금감원이 검토한 BIS비율 자료를 금감위에 보고하려고 했는데 국장선에서 지시를 해서 외환은행 자료를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금감원의 검사국과 감독국에서 검토한 자료에는 2003년 말 외환은행의 BIS비율 전망치가 9.14%였다. 반면 외환은행이 2003년 7월 팩스를 통해 금감원에 보낸 전망치는 6.16%였다.

금감원은 자신들이 검토한 전망치 대신 외환은행이 보내온 부실 전망치 6.16%를 금감위에 보고했으며 이를 근거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있었다. 국제적인 부실 기준 BIS비율은 8%로 이보다 비율이 낮으면 부실의 범주에 든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날 금감원 이 수석검사역에게 외환은행의 부실 전망치를 금감위에 보고토록 지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감원 백재흠 은행검사1국장과 이달용(李達鏞)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 실무 책임자들을 소환해 압력행사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또 이강원(李康源·한국투자공사 사장) 당시 외환은행장도 BIS비율 6.16%가 잘못 산정됐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 전 행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당시 제시된 BIS비율 6.16%에 대해 “어느 정도 오류가 있었고 과장된 것 같다”고 시인했으나 “수치 조작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하 차장은 전했다. 그러나 이 전 행장은 감사원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이 BIS비율과 관련해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 차장은 이어 “외환은행은 은행 내 경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2003년 3월 수의계약으로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했으며 이에 대해 이 전 행장도 ‘잘못된 것’이라고 시인했다”며 “이 전 행장이 계약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구속된 전용준(全用準) 당시 외환은행 경영전략부장에게서 BIS비율 조작 경위와 관련해 중요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BIS비율 조작 등에 관여한 외환은행 관계자와 전현직 경제관료 등 5명을 추가로 출국금지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과 관련된 출국금지 대상자는 약 30명으로 늘어났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