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하기’로 해결하는 논술
대부분의 논제는 제시문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견해를 묻고 있다. 견해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다루고 있는 대상의 본질이나 기능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즉 대상 풀이하기는 견해의 제시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1) 기본형: 어떤 대상의 개념이나 특성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유형
① 제시문에 나타난 ‘○○’을 자신의 관점에서 설명하시오.
② 제시문 (가), (나)의 관점에서 ‘○○’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시오.
2) 확장형: 어떤 대상에 대해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이나 견해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유형
① 제시문 (가) 또는 (나)를 참고하여 (다)의 논지를 밝혀보시오.
② 제시문 (가), (나)를 관련 지어 ‘○○’의 문제점과 그 대책을 제시하시오
‘풀이하기’, 이렇게 하자.
어떤 대상에 대해 풀이를 하려면 무엇을 중심으로 풀이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무엇’을 초점으로 보고 분석하면, 풀이하기가 시작된다. 풀이하기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1.본질: 본질은 대상의 핵심에 해당한다. 핵심을 찾는 과정은 대상의 속성이나 특징에 주목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질 풀이하기는 대상 자체에 대한 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풀이하기의 출발점이 된다.
2.기능: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책만 보면 잠이 오는 사람에게 책은 수면제이다. 이처럼 같은 대상이라도 그 쓰임에 따라 풀이가 달라진다. 이처럼 대상의 본질은 그것의 기능이나 가치에 따라서 다르게 풀이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에서 기능 풀이하기는 본질 풀이하기와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3.조작: 대상의 개념에 대해서만 막연하게 풀이하는 것보다, 그것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영향을 미치고 수용되고 있는지 다양하게 조작을 해 보면 대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4.관계: 대상을 좀 더 큰 맥락에서 다른 것과의 관계를 따져보는 것, 즉 다른 것과 관련 지어 해석해 보는 풀이 방법이다. 대상 자체에 국한하지 않고 시야를 넓혀 사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련 지어 풀이하기는 사고력 신장에 유용하다.
■ 활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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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왜건(bandwagon)이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많은 사람이 황금을 찾아 서부로 향할 때 사용했던 포장마차를 지칭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많이 소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마치 다른 사람들이 포장마차를 타고 서부로 가니까 자기도 포장마차를 타고 서부로 가는 것과 같다고 라이벤스타인(Leibenstein, H.)이 이를 빗대어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부화뇌동 효과로서 여성들의 의상 수요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어떤 의상이 유행하게 되면, 여성들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일제히 그 의상을 구매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스노브 효과(snob effect)란, 부화뇌동 효과와 정반대의 소비 행태이다. 즉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자기의 소비를 중단하거나 줄이는 경우를 말한다. 스노브(snob)의 원래 뜻은 속물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자신이 속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경제, 교학사]
■ 해설
현대인들의 소비 행태 양상에 대해 풀이하고 있는 글로서 ‘밴드왜건 효과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풀이하기의 전형적인 양식을 띤 글이다.
밴드왜건 효과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많이 소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하여 ‘본질’을 풀이하고 있으며, 밴드왜건은 서부 개척 시대에 물건을 운반하는 기능이 있었으나 여기에서 부화뇌동적인 구매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는 것은 밴드왜건의 ‘기능’에 주목하여 풀이한 것이다.
또한 원래 속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스노브(snob)’가 경제학에서는 비속물적 속성이라는 뜻으로 수용되고 있는 것도 ‘조작’적으로 풀이한 것이며, 그리고 소비 행태를 설명하면서 단지 밴드왜건 효과만을 풀이하지 않고 이와 다른 맥락에서 ‘스노브 효과’를 풀이한 것은 ‘관계’적으로 풀이한 것이다.
■ 써서 보내요
제시문에 나온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풀이하고, 현대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에 대해 논하시오.
■ 제시문
(가)대의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선거 때가 되면 낮은 투표율을 걱정하고, 정치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치적 무관심이 문제로 떠오른다. 대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생겨났다.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도시가 거대한 규모로 팽창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한곳에 모여 직접 사회의 문제를 논하고 결정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사회는 농경사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해져 사회와 제도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사회의 전문적 관리를 위해서라도 국민들을 대표할 엘리트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대표자들이 정치를 담당하는데, 이를 대의 민주주의라 한다.
하지만, 대의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시민들이 몇 년 만에 돌아오는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 정치 참여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 후보자도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미 정해진 후보자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민들은 점차 정치에서 멀어지고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대의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참여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고대 아테네 민주 정치의 풍요로웠던 시민 생활을 되살리기를 꿈꾼다. 이들은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사는 것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생각과 실천을 함께하는 가운데, 삶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권력의 남용과 공무원의 부패를 막아 줌으로써 공동체를 민주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은 물론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치 관행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참여란 정치에 관한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배움의 장이기 때문이다.[고등학교 <정치> 대한교과서]
(나)영국의 국민은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대표를 선거하는 동안뿐이며, 대표가 일단 선출되면 영국인은 다시 노예로 돌아가 버린다…(중략). 그래서 대표들이 최고의 권력자로 그 위임이 계속되는 임기 동안, 대표들이 행사할 수 있는 것들을 규제하기 위한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는다는 국민의 태만, 무관심, 그리고 그 무지함에 대해 경탄해 마지않는 바이다.[루소]
(다)제1조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제3조 모든 주권의 근원은 국민에게만 있다. 어떤 단체나 어떤 개인도 명백히 국민에게서 유래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제6조 모든 시민은 직접 또는 대표자를 통해서 법 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법의 보호, 법에 의한 처벌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제11조 사상 및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은 사람의 가장 귀중한 권리 중의 하나이다.[프랑스 인권 선언]
■ 유의사항
1. 서론에서 (나)의 내용과 우리나라 현실의 관계에 대해 기술할 것.
2. (다)의 한 구절 이상을 반드시 인용할 것.
3.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400자 정도로 쓰시오.
■ 논제
다음 글을 토대로 ‘조용한 혁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이러한 삶이 가능하기 위한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제시문은 이지논술 3월 28일자 10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 학생글
서수현·경기 용호고등학교 졸업생
현대인의 삶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남들과 비교 가능한,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현대인들이 이제는 내면의 물음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질적으로 얼마나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고, 또 그 삶을 통해 얼마나 많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이른바 ‘조용한 혁명’이라 부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용한 혁명’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있다. ①웰빙족들은 삶의 가치를 더 이상 경제적 조건에서 찾지 않는다. 그들은 말 그대로 ‘잘 먹고 잘사는 법’이다.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소한 물건을 하나 살 경우에도 자신의 건강과, 만족도를 고려하여 고른다. 이들의 이러한 습관은 우리 사회에 큰 ②변화를 일으켰고, ③친환경적 식품, 친환경 건축재료, 유기농 화장품 등 많은 상품을 내놓을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웰빙 열풍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고,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잘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먼저 개인적인 차원으로는 ④마음가짐과 경제적 조건이 있다. 세속적, 물질적 삶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으로는 ⑤절대 조용한 혁명이 일어날 수 없다. ⑥진취적이고 정신적인 건강한 삶을 추구할 때 비로소 ⑤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조용한 혁명’은 패러다임의 변화이므로, 당연히 ④마음가짐의 전환도 필요하다. 또한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고 그에 따른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④어느 정도의 경제적 요건도 필요하다. ‘개미와 베짱이’에서 개미가 겨울에 굶주리지 않고 겨울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여름에 열심히 일한 대가였다. 하지만 여름 내내 놀았던 베짱이는 결국 굶어 죽었듯이, <⑦> ④어느 정도의 경제적 풍요도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때의 경제적 풍요는 삶의 목적이 아닌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용한 혁명’은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⑧[사회적으로 타인의 생각을 존중할 수 있는 상대주의적 태도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삶을 누리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주관적인 것으로, 개인에 따라 다르고, 가족에 따라 다르고, 나아가 집단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타인의 생각과 방식을 존중하는 상대주의적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⑨지금까지 ‘조용한 혁명’의 의미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혁명의 양상과 혁명이 일어나기 위한 요소들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삶의 패러다임의 변화인 ‘조용한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⑩위에서 말한 요소들이 제대로 갖추어 지고,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조용한 혁명은 좀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 첨삭지도
이번 논제는 최근 사회적 현상인 ‘삶의 질 향상’의 문제와 관련이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따라서 대체로 제시문의 분석은 비슷비슷했다. 그러나 분석을 잘하더라도 논제의 요구조건에 맞춰 쓰지 않는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잘 아는 내용일수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학생의 글은 투고된 글 가운데 비교적 요구조건에 충실하고 무난한 흐름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서두 부분이 너무 길어 주어진 분량을 크게 초과한 점이라든지, 일부 문장 호응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점은 아쉬웠다. 여기서는 학생의 의도를 고려해서 두 부분을 요약했다.
①‘그들’이 ‘잘 먹고 잘사는 법’은 아니다. 세 개의 문장은 결국 ‘웰빙족’에 대한 정의이므로 다음과 같이 수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 말 그대로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추구하는, 일명 웰빙족들은 삶의 가치를 더는 경제적 조건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②‘웰빙족’이 직접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보고 많은 사람이 반응을 보인 것이므로, ‘변화’보다는 ‘반향(反響)’이 적절하다. ③‘많은 상품’을 내놓은 대상이 드러나 있지 않다. 이 글에서는 대상보다는 그러한 현상이 중요한 것이므로, ‘∼ 등 많은 상품도 쏟아져 나왔다’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④의미가 모호하다. ‘의식의 전환과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로 고치자. 설명하려는 대상의 명칭을 통일하지 않으면 글의 세련미가 떨어진다. ⑤이미 서두에서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임을 밝혔다. 따라서 ‘절대 조용한 혁명에 동참할 수 없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⑥‘진취적’이라는 어휘는 다운시프트적인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으로 바꾸자. ⑦베짱이는 분명 여름 한철에는 어떤 의미에서는 다운시프트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넣어 주는 것이 논리의 전개상 바람직하다. ⇒ ‘조용한 혁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⑧범주가 잘못 설정됐다. 학생은 ‘상대주의적 태도’를 사회적 차원의 전제 조건으로 삼았는데, 이것은 엄연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이다. 사회적 차원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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