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파주 영어마을 부럽지 않아요”

  • 입력 2006년 4월 12일 06시 49분


“파주(경기) 영어마을 안 부러워요.”

충남 아산시 도고면 해비타트 ‘화합의 마을’에 사는 장소라(13·도고중 1년) 양은 원어민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 한다.

화합의 마을은 2001년 5월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집짓기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곳. 당시 100여 가구 376명이 집 열쇠인 ‘행운의 열쇠’를 건네받고 입주했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부터 고교생까지 135명에 이르는 자녀 교육이 문제였다.

무주택자의 거주지를 마련하려고 마을 입지를 정하다 보니 아산시내는 물론 주변의 동네와 한참 떨어졌다. 학교 수업 외에는 별도의 교육 혜택을 받기 어려운 여건이 됐다. 또 주민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데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자녀를 챙기기 어려웠다. 개인 교습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 순천향대(총장 서교일)와 마을 지역아동센터(소장 박성식·목사)가 지난달 5일 ‘화합의 마을 아동교육 후원 협약’을 맺었다. 서 총장은 “지역과 대학의 공존 모델을 세워보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순천향대 영어권 교환학생 8명이 이날부터 매주 네차례 저녁에 마을을 찾아와 영어를 가르치게 됐다.

초등학생(37명)과 중학생(53명)을 한번에 2시간씩 회화 중심으로 지도한다. 저녁 식사 함께 하면서 영어권 국가의 생활문화를 함께 알려준다.

김성훈(13·도고중 1년) 군은 “일반 학원에서는 선생님 1명이 여러 명을 가르친다는데 우리는 2대 1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며 “원어민 교사를 가정교사로 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영어 자원봉사를 하는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출신 교환학생 케니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쳐 훨씬 보람이 크다”며 “영어로 농담하는 사이가 되도록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순천향대는 영어교육과 별도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통해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에게 국어, 영어, 수학, 국사, 과학 등 다른 과목을 1주일에 1∼2시간씩 가르친다.

화합의 마을에 뛰어 놀 공간이 없는 점을 감안해 토요일에는 마을 학생을 대학으로 불러 체육수업을 할 계획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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