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관훈동 시대’를 마감하고 이곳에 둥지를 튼 금호미술관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손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대한교육보험연수원 대덕LG화학연구소 등을 설계한 재미건축가 김태수 씨의 또 다른 작품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경복궁 돌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미술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설계 개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복궁 돌담과 같은 색의 화강암으로 마감한 정면 외벽, 돌담 위에 검은 기와를 얹은 듯한 건물 윗부분의 짙은 띠무늬 창문, 2층 한 귀퉁이에 난 작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경복궁 돌담 풍경….
벽을 뚫고 나온 듯한 삼각형 창문들이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협소한 공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는 대나무와 소나무들이 절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건물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배관과 전깃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공조기조차도 유리로 구조물을 만들어 덮어씌웠을 정도다.
김윤옥(金尹玉) 큐레이터는 금호미술관의 가치는 작가들이 알아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떤 미술관은 건물과 그 내부의 전시실이 너무 화려해서 좋은 작품을 걸어도 작품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시실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곳에는 뭘 걸어도 좋다’고 칭찬하는 분이 많습니다.”
경복궁 돌담을 모델로 해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안을 채우는 콘텐츠는 주로 현대미술작품들이다. 중견작가들의 초대전과 신진작가들의 개인전이 골고루 펼쳐진다. ‘미술관에서 듣는 음악회’라는 새로운 시도 차원에서 한동안 3층 공간을 ‘리사이틀 홀’로 운영하기도 했다. 얼마 전 개조공사를 마쳐 현재는 전시공간으로 거듭났다.
‘걷기 좋은 거리’에 속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누린다. 주말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1층 테이블에 앉아 탁 트인 대형 통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경복궁 돌담과 그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덤으로 주어지는 작품이다.
관람시간은 평일이 오전 10시∼오후 6시 반, 일요일이 오전 11시∼오후 6시 반이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www.kumhomuseum.com 02-720-5114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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