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S중 1학년생 김모(14) 군은 최근 중고교생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두발제한폐지 서명운동 사이트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교실 칠판에 누군가 주소를 적어놓아 이 사이트를 방문한 김 군은 '사진고발' 코너에 오른 200여 장의 사진을 본 뒤 "선생님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 학부모, 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는 두발제한 폐지 및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해 10대 커뮤니티인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5월 '두발 자유화'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의 후속 대책이 부진하다고 생각해 서명운동 및 집회를 통해 두발자유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에서다. 17일 오후 현재 중고교생 등 9만 3000여 명이 이 사이트를 방문해 두발 규제 폐지를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이 사이트의 사진고발 코너에는 이발기계로 듬성듬성 깍인 학생의 머리 사진과 교사들이 학생의 머리를 깍는 장면, 두발이 '불량'한 학생들에게 집단으로 얼차려를 주는 장면이 담긴 사진 등이 올라와 있다.
이 사진들은 상당수가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고 선정적이며, 일부 댓글에 학교 이름과 교사 실명도 버젓이 나와 있어 인권 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수원 T고'란 제목의 사진에는 체벌로 인해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이 담겨있으며, '×같은 선생××들', '미친 ×' 등의 댓글이 마구 올라와 있다.
또 'Y일고'라는 사진에 등굣길에 각목을 들고 50여 명의 학생에게 벌을 서게 하는 교사에 대해선 '저 사람이 바로 인터넷에도 소개된 ○○○교사'라는 실명이 담긴 댓글이 있다.
이 밖에도 교사에 의해 머리카락이 잘려나간 사진 100여 장 이상이 올라 와 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의 의사를 온라인을 통해 표출하고 결집해 관계 당국에 건의하는 것은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며 "사진내용 또한 일선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온라인의 특성상 지나치게 선정적인 사진과 실명 게재 등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란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 단체는 5월 14일 대규모 두발규제 오프라인 반대 집회를 계획하는 한편 서명이 끝나는 대로 학칙의 인권침해 규정 삭제 등을 위한 교육법 개정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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