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글쓰기 클리닉 6원칙

  • 입력 2006년 4월 1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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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야속하게도 얼렁뚱땅 되지가 않는다. 공부라면 과외 공부라도 시켜 암기하게 할 수도 있고, 밤새도록 달달 외워서 시험을 잘 보게 할 수도 있다. 많은 부모가 그렇게 임기응변의 공부를 시킨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게 안 된다. 요즘 대학입학제도의 변화로 논술과 독서 교육이 강조되면서 학부모들은 글 잘 쓰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국독서교육개발원 홈페이지(www.kredl.co.kr)에 접속된 총 15만 건의 질문을 분석한 결과 글 잘 쓰는 아이를 원한다는 질문이 전체의 53%로 가장 많았다. 글쓰기의 문제점이 6가지 유형으로 분석됐다. 우리 아이는 어떤 유형이고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1] 매일 똑같은 일기를 쓴다

→ 어제와 다른 오늘의 의미 찾게 하세요

사건보다 생각을 쓰게 해야 한다. 아이들의 일기장에는 ‘학교에 갔다 왔다’ ‘텔레비전을 보았다’ ‘밥 먹었다’ ‘숙제했다’가 가장 많다. 사건만 쓰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기는 매일 똑같을 수밖에 없다. 매일 다른 일기를 쓰려면 하루하루를 다르게 인식해야 한다. 즉, 어제와 다른 오늘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관찰력과 사고력이 있어야 의문이 생기고, 느낌이 생기고, 감정이 생기고, 이유와 대안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이런 것들을 쓰면 틀림없이 어제와는 다른 일기가 된다. 일기 쓰기는 ‘나의 발견’이지 ‘사건의 발견’이 아니다.

[2] 서술형 답을 쓰지 못 한다

→ 교과서만 집중 말고 문학작품 많이 읽도록

좋은 문학책을 읽혀 보자. 이런 학생의 교과서를 보면 세 번씩 줄이 쳐져 있다. 형광펜과 볼펜으로 친 밑줄이 현란하다. 과외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독서 이력서를 받아 보면 읽은 책이 교과서와 참고서가 대부분이고, 문학작품은 교과서 작품 외에는 읽은 것이 거의 없다. 이런 아이들은 아는 지식을 늘어놓는 글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문장은 불안하고 전달력이 없다. 문장력이 없으니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뒤죽박죽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문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서술형이고, 자신의 생각에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글이 논술이다. 지식 나열이 아니라, 정확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서술형 시험과 논술형 시험에 강한 아이가 된다.

[3] 알맹이 없는 ‘독서감상문’을 쓴다

→ 책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게 하세요

천천히 읽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이런 아이들의 공통점은 책을 빨리 읽는 것이다. 빨리 읽기에서 얻는 것은 줄거리뿐이다. 천천히 책을 읽으면 어휘력이 향상되고, 비판력, 추리력, 상상력을 동원해 글로 쓰여 있지 않은 행간의 의미도 캐낼 수 있다. 그러면 판단력,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기르고 덤으로 집중력도 기를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이, 빨리 읽을수록 책의 내용은 정신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우리의 뇌는 칠판과 같아서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내용을 다 저장할 수 없다. 그러나 정해진 양만큼 알맞게 읽은 책은 자신의 것으로 남는다.

[4] 논리적인 글쓰기가 안 된다

→ 판타지 중독 빨리 고쳐 주도록

마법 판타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판타지 중독이 가장 많다. 오랫동안 마법 판타지에 빠지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사고체계에 이상이 생겨 세상을 마법 판타지식으로만 생각하고 해결하려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논리적인 전개는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이런 아이들의 치료법으로는 판타지와 동등한 분량의 다른 책을 읽게 하는 일이다. 편식을 하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책도 편독하면 정신적인 균형에 문제가 생긴다. 명작동화, 모험소설, 신문, 생활 글, 기행문, 논설문 등을 골고루 읽히는 것이 좋다.

[5] 감동적인 글을 쓰지 못해요

→ 건성으로 독서하는 습관 교정해줘야

주인공과 동일시(同一視)를 경험하게 해보자. 이런 아이들은 낮은 상상력 때문에 주인공과 동일시가 일어나지 않는 사례다. 주인공과 동일시가 일어나지 않는 아이들의 읽기 방법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 가지는 대충대충 읽는 아이, 책장을 빠르게 넘기는 아이들이다. 줄거리만 읽기 때문에 주인공과 동일시를 경험할 수 없고 감동을 받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의심하며 읽는 아이,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읽는 아이들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초등학교 1, 2학년 시기에 논리성을 강조하는 논술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은 아이들이 많다. 모든 글을 논리적으로 따지는 교육을 받고 그런 시선으로 책을 읽으니 무슨 감동을 받을 수 있겠는가.

[6] 독서량은 많아도 보잘 것 없는 글만 쓴다

→ 출제자 논제에 맞는 글쓰기 중요해요

내 생각을 넣게 하자. 이런 학생들의 글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문제는 제목을 내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점이다. ‘말의 목을 친 김유신’이란 제목을 대할 때 제목 속에 숨겨진 의도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의 상식만을 열심히 쓴다. 이런 일방적인 글쓰기가 보잘 것 없는 글을 만든다. 글에는 생각이 있어야 하고 비판적인, 독창적인 생각이면 더 좋은 글이 된다.

자기 생각을 담으려면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사고력 기르기에는 생활 속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뉴스와 광고를 들으면서 자녀와 대화하기, 시장과 여행길에서 본 것을 비판하고 판단하기 등은 어린이 사고력 교육의 기초가 된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장

‘우리아이 즐겁게 배우는 생활속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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