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생활공간을 공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원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원은 국립·도립공원 같은 자연 녹지를 의미했다. 서울 도심에 서울숲과 같은 대형 공원도 만들어졌지만 이제 가깝고 작은 공원들이 서울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도심 옥상이 공원으로 변신=콘크리트숲의 회색 건물에도 초록 뜰과 연못이 있다.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에는 160평 규모의 ‘작은누리’라는 옥상 정원이 있다. 어린이들이 야생 덤불숲과 풀꽃 동산, 습지에서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는 등 생태교육장으로도 쓰인다.
이처럼 서울에서 건물 옥상을 녹지공간으로 바꾼 곳은 시청 별관 등 건물 250여 곳, 약 2만 평에 이른다. 옥상 정원은 공원이 없는 인근 직장인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된다. ▽내 집 앞이 작은 공원=창동노인복지센터처럼 자투리 공간을 작은 공원으로 바꾸는 사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계단공원, 종로구 인사동 화단공원 등 2002년부터 10곳의 ‘한 평 공원’이 시민단체 도시연대의 지원으로 조성됐다. 올해도 강북구 미아2동 등 5곳에 ‘한 평 공원’이 추진된다.
주민들이 장소 선정에서 설계, 조성,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면서 주민이 꾸미는 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도 올해까지 지하철 출입구 주변, 도로변 등 80곳에 5∼10평의 빈터를 활용한 ‘자투리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더 가깝게, 더 작게=가깝고 작은 공원이 늘어나는 것은 공원용지를 더 늘리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서울의 공원은 2004년 현재 모두 1783곳, 159.26km². 전체 면적 대비 공원율이 26%로 외국 도시와 비교해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산, 관악산 등 대부분 도심 외곽의 산림형 공원이라 생활에서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개발이 이뤄진 도심에서 공원용지를 더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의 공원면적은 1995년(152km²) 이후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도시연대 최성용(崔成鎔) 팀장은 “이제 공원의 질을 생각할 때”라며 “보이는 근사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 공간의 특성을 살린 살아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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