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등친 케이블TV 장삿속…유료ARS퀴즈로 7억여원 챙겨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1분


서울 혜화경찰서는 어린이가 주로 보는 만화영화 프로그램에 자동응답시스템(ARS) 퀴즈를 낸 뒤 ‘060’ 유료전화서비스로 전화를 걸게 해 7억여 원을 챙긴 모 케이블방송사 편성팀장 이모(35) 씨 등 2명을 18일 준(準)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케이블TV의 ‘ARS 장사’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만화영화 ‘명탐정 루나’ 시리즈를 방영하면서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만화 내용과 관련된 퀴즈를 냈으며, 퀴즈에 응모하기 위해 전화를 건 4000여 명에게 30초당 200원의 이용료를 받은 혐의다.

이는 일반 전화요금(30초당 6.5원 꼴)에 비해 약 30배나 비싸다.

경찰은 “이들은 지각력이 떨어지는 10세 안팎의 어린이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대에 유료전화 퀴즈를 편성했다”면서 “이는 준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는 2004년 10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어린이를 주 시청 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에 유료정보 서비스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방송위는 지난해 5월 이 채널의 ‘명탐정 루나’ 등 7개 프로그램이 ARS 퀴즈를 내보내는 것을 확인했지만 ‘뱃살공주 우비 난장이들’ 등 2개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규정 준수를 권고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현행 규정은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방송물의 ARS만을 금지하고 있다”며 “‘명탐정 루나’ 등 5개 프로그램은 어린이 대상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계도 정도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방송위의 제재도 ‘행정지도’ 수준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숙(李恩淑) ‘서울YMCA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 회장은 “청소년은 일반적으로 어린이를 포함하는 게 상식”이라며 “관련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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